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는 전통적으로 여성들의 고시합격률이 다른 해에 비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벌써부터 남자 고시 준비생들이 떨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간행한 '2001 통계연보'에 따르면 사법시험의 경우 월드컵이 열린 지난 94년과 98년, 여성합격률이 전년도보다 4~5%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93년도 6.2%였던 사법시험 여성합격자 비율이 94년에는 10.7%로 올라갔다가 95년에 다시 8.8%로 내려갔고, 또한 97년에 8.1%였던 여성합격률이 98년에는 13.3%로 뛰어올랐다. 행정고시도 93년도 2.6%에서 94년도에는 6%로 증가했으며, 97년도 11.2%에서 98년도에는 23.1%로 두배 이상 치솟은 뒤 99년에는 17.0%로 내려앉는 현상을 보였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고시가에서는 97년 IMF사태, 우먼파워의 성장 등 다양한 요인이 있으므로 월드컵이 여성합격률 증가의 단일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스포츠 열기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여성들의 '월드컵 수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국고시신문의 한 관계자는 26일 "요즈음 취재차 고시촌을 돌아보면 월드컵에 대한 남녀고시생들의 태도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진다"며 "축구를 좋아하는 남자고시생들 중에는 월드컵 경기를 보느라 공부를 미루는 모습이 많이 발견되지만 여성고시생들은 오히려 마음을 다잡고 근성을 발휘하는 모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양대 유재영(26.법학과4년)씨는 "친구들이 경기만 보고 곧바로 공부하겠다고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곧바로 책상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경기 관전 후유증'을 걱정했다. 독일과의 4강전이 열린 25일부터 사법시험 2차 시험이 시작된데 이어 내달 1일부터는 행정고시 2차시험, 3~4일에는 공인중계사 시험, 그리고 9~10일에는 변리사시험이 줄줄이 이어져 고시생들의 월드컵 후유증은 계속 될 전망이다. 신림동 한국법학원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남자 고시생들이 월드컵의 영향 때문에 이번 시험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분석하며 "몇년간 준비해온 시험인데 한달동안 인내하지 못해 망치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