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난 24일 방영한 기획특집 2부작 드라마「순수청년 박종철」(노연재.여정미 극본, 이정표 연출)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잔잔한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방영 하루 만에 MBC 인터넷게시판에는 주로 이 드라마를 칭찬하는 내용을 담은600여 건의 시청 소감이 올라왔으며, 재방 요청도 쇄도하고 있는 것. 24일 오후 10시30분부터 이튿날 새벽12시40분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10.6~11% (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같은 시간대 방영된 KBS 2TV「이유있는 밤」(15.7%)과 SBS「세계를 뒤흔든 태극전사들」(14.2%)보다는 낮았지만, 무거운 소재와 심야 시간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다. 「…박종철」은 지난 87년 서울대 3학년 재학중 경찰에 연행돼 억울한 죽음을 당한 고 박종철씨의 삶과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 그리고 그의 희생으로 인해 촉발된 6.10 민주화 항쟁 등을 사실과 픽션을 적절히 섞어 그려낸 드라마. 박종철이 어린시절과 대학생활을 회상하는 부분 등 일부 장면은 극적 요소를 위해 제작진이 꾸며낸 이야기지만 물고문 장면과 수사 당국이 이 사건을 은폐하기위해음모를 꾸미는 장면 등은 사실을 바탕으로 비교적 충실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다. 또 6.10 민주화 항쟁 당시 시위 장면과 유족들이 오열하는 부분 등 몇몇 장면은뉴스 화면을 삽입해 다큐멘터리 요소 등을 강화하기도 했다. 특히 주인공을 맡은 서울대 경제학부 2학년생 최동성씨는 비전문 배우임에도 박종철역을 실감나게 해 냈다는 게 중평이다. 30대 후반 시청자 정한영씨는 "사회가 한참 어수선한 시기에 억울하게 희생된정의의 청년에 대한 사실적인 드라마였다"고 평한 뒤 "한 사람의 작은 희생이 민주주의 뿌리였음을 다시 환기시킬 수 있게 해 줬다"고 밝혔다. 본인을 `386세대'라고 밝힌 이은정이란 시청자는 "모처럼 감동을 주는 드라마였다"면서 "인기라는 시류에 편승해서 가벼운 드라마만 만들게 아니라 이 사회의 소외된 곳과 문제점을 들추는 이런 드라마를 앞으로 계속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제작진에 당부했다. 시청자 최정미씨도 "이런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좀더 비중있는 시간대에 방영했어야 했다"면서 "시대 배경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좀더 짜임새있는 구성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를 기획한 최창욱 PD는 "인간 박종철에 대한 매력 때문에 시청자들이 호응이 높았던 것 같다"며 공을 돌린 뒤 "월드컵 기간이 끝나면 재방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