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에 이겨서 좋기는 하지만 그동안 애써 관리해온 잔디가 하루 아침에 뿌리 채 뽑히고 죽는 걸 보니 가슴이 아픕니다." 이달 들어 월드컵 한국전이 벌어질 때마다 야외 응원 장소로 제공돼온 서대전시민공원과 갑천 둔치, 월드컵경기장 등 잔디가 심어진 곳이면 어김없이 잔디 훼손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상태가 나쁜 곳은 서대전시민공원. 지방선거 당시 2차례 정당연설회가 열린 데다 한국팀 경기마다 응원장소로 사용되면서 현재 공원에 심어진 잔디의 70% 가량이 고사했으며 25일 응원장소로 다시 활용될 예정이어서 잔디 대부분이 훼손될 것으로 관리를 맡고 있는 중구청은 보고 있다. 잔디는 수 많은 인파가 응원 도중에 환호를 하며 뛰는 바람에 차이고 밟혀 공원 가운데 부분은 맨땅이 드러나 있으며 잔디는 가장자리 부분만 남아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나 이나마 인파에 눌려 제 모습을 잃고 있다.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찾았던 갑천 둔치 역시 잔디 훼손이 심각한 상태다. 휴일이면 가족과 함께 찾아 잔디밭에서 휴식을 취하던 장소였던 갑천 둔치는 잔디의 30% 이상이 훼손됐고 곳곳에 쓰레기 더미와 이물질 등이 쌓여 제 모습을 잃었다. 지난 주말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환경보전활동을 벌여 일반 쓰레기 외에 담배꽁초와 깨진 유리병, 철사까지 상당량을 수거했으나 아직도 완전하지 못해 당분간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한국-스페인전에 밀려든 인파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개방한 대전월드컵경기장도 잔디 훼손이 심각하다. 1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각 출구 쪽 잔디가 상당 부분 훼손됐고 경기장내 잔디도 납작하게 눌려버려 정확한 손실이나 보수 작업 등의 여부는 며칠 간 상태를 지켜보고 난 뒤에야 파악이 가능할 전망이다. 경기장 관리사무소 측은 운동장 잔디가 정상으로 돌아 오기까지는 최소한 한 달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어 다음달 10일 시작될 프로축구 경기의 경기장소 제공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잔디가 오랫동안 밟혀 있으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여서 대부분 야외응원 장소로 제공된 지역의 잔디는 1주일 이상 상태를 관찰한 뒤 복구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며 "그동안 공원 관리부서에서 수시로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면서 관리해온 것이 며칠 사이에 망가져 버려 속상하지만 응원전으로 한국팀이승리한 것을 생각하면 그나마 위안"이라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조성민기자 min36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