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분의 사투, 그리고 승부차기의 극적인 승리" 태극전사들이 22일 `무적함대'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꺾고 4강에 오르자 한국축구의 신화를 창조한 광주시는 환희와 감격,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다. 광주시민들은 한국팀의 극적인 승리가 확정된 순간 `한국팀이 빛고을에서 세계에 빛을 발했다"며 서로 얼싸안고 감격과 환희의 눈물을 쏟아냈다.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경기실황을 지켜보던 20만 군중은 너나없이 환호하며 `대∼한민국'과 '필승 코리아'를 연호했다. 홍명보 선수가 찬 볼이 골네트를 가르는 순간,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이었던 전남도청앞 광장은 환희와 감격의 물결이 넘실댔다. 도청앞 광장과 금남로에는 80년 5월 이후 가장 많은 군중이 운집했으며 당시 거리를 물들였던 붉은 선혈은 이날 응원단의 붉은 티셔츠로, 그날의 처연한 분위기는 기쁨과 감격이 대신했다. 사물놀이패가 흥을 돋우는 가운데 수백발의 불꽃이 광주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아으며 주변 건물에서는 늦도록 오색 꽃종이가 뿌려졌다. 시내 곳곳을 가득 메운 군중들은 페이스 페인팅과 붉은 티셔츠가 땀과 눈물로 뒤범벅이 됐지만 벅찬 감격을 주체하지 못한 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전남도청 앞에서 금남로 4가까지 2㎞가 넘는 왕복 6차선 도로는 붉은 물결이 밤늦게까지 파도처럼 일렁거렸다. 김영배(43.광주 북구 용봉동)씨는 "민주의 성지에서 이룬 4강 신화를 이제 결승까지 몰고 가자"며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이처럼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시내를 달리는 차량들도 한국팀의 승전보를 알리 듯 5박자 경적을 요란하게 울려댔으며 일부 젊은이들은 달리는 차안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기쁨을 만끽했다. 시내 주요도로에는 태극기를 몸에 두르거나 휘저으며 내달리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음식점과 유흥가에는 뒷풀이 손님으로 성시를 이뤘다. 도청 앞 광장에는 이날 대전의 한 민속국악사가 제작한 지름 240㎝, 앞뒷면 길이가 270㎝나 되는 세계 최대의 북이 등장해 힘찬 응원전의 밑거름이 됐다. 5만여명의 시민이 모인 광주 서구 시민공원에서도 남녀노소없이 얼싸안고 뛰고,소리 지르며 4강 신화를 이룩한 한국팀의 선전을 마음껏 축하했다. 이밖에 전남대 후문과 광주 첨단 쌍암공원, 남구청 주차장 등 광주시내 곳곳에서도 승리의 기쁨이 이어졌다. 전남지역도 환호성과 자동차 경적으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광양시민 2만5천여명은 전남 드래곤즈 전용구장에서 승리의 감격을 맛보았으며 순천 팔마체유관, 여수 흥국체육관, 나주 실내체육관 등에도 수천여명의 시민들이환호성을 질렀다. 또 영호남 청소년 화합캠프에 참가한 대구와 부산 등 영호남 지역 여중생 500여명이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손을 맞잡고 한국팀의 승리에 도취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이날 거리 응원전에 나선 인원을 광주지역 30만명, 전남지역은 16개 시.군 20여곳 10만여명으로 집계했다. 경찰은 광주 월드컵경기장과 시내 주요 도로에 37개 중대 4천여명의 경찰병력을 배치, 안전사고와 교통소통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별다른 사고는 발생하지않았다. 광주시도 이날 전국에서 수십만명의 응원단이 몰리자 광주역 등 시내 주요 지점 5곳에 경기장까지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 120대를 운행했다. 광주시소방본부도 전남도청 앞 광장에 구급요원 100여명을 비상대기시키는 등 주요 응원장소에 300여명의 구급요원을 보내 실신 등 비상사고에 대비했다. (광주=연합뉴스) nice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