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도 문제 없다. 가자! 결승으로" 태극전사들이 22일 빛고을 광주에서 천신만고 끝에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인 스페인을 꺾고 준결승에 진출하자 열띤 거리응원전을 펼치던 한밭벌 시민들은 일제히 기쁨의 눈물 속에 환호성을 올리며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특히 대전은 우리 대표팀이 지난 18일 월드컵 8강 신화의 금자탑을 쌓아올린 현장이라 승리에 대한 감격과 기쁨은 더욱 배가됐다. ▣거리는 열광의 도가니 = 우리 대표팀이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을 물리치자 LED 전광판이 설치된 대전월드컵경기장과 한밭야구장 등지에서 120분 경기 내내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던 축구팬들은 스페인의 네번째 슛을 막아낸 이운재와 마지막 슛을 성공시킨 홍명보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서로서로를 얼싸안고 열광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거리응원장 주변에는 1시간여 동안 자리를 뜨지 않은 팬들이 승리감에 도취돼 목놓아 외치는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 환호와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리응원전을 펼치던 축구팬들은 이어 4강 진출의 흥분을 이어나가기 위해 은행동 으능정이거리와 유성 거리로 쏟아져 나와 거리를 붉게 물들였고 거리마다 태극기를 망토처럼 몸에 두르고 뛰어다니는 팬들로 태극물결이 넘쳐나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승용차와 화물차에 나눠타고 태극기를 휘두르고 박자에 맞춘 "빠방~빵~빵빵" 경적을 울리면서 거리를 돌았으며 이에 다른 운전자들도 같은 박자의 경적으로 화답했다. 또 으능정이와 유성, 둔산 등지의 맥주집과 음식점에서는 공짜 맥주 파티가 열려 한낮 무더위 속에서 응원전을 펼친 팬들이 시원하게 맥주잔을 기울이며 뜨거웠던가슴을 식히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월드컵경기장에서 거리응원을 벌인 김병철(28.서구 만년동)씨는 "너무 흥분돼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며 "오늘의 이 흥분을 25일에도 다시 느껴볼 수 있게 되기를바라고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희(47.여.서구 둔산동)씨도 "우리 대표팀이 오늘 매우 어려운 경기를 펼쳤으나 신은 끝내 우리의 손을 들어줬다"며 "선수들 모두가 지쳐 있겠지만 마음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 힘을 모은다면 결승까지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같은 시각 둔산동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 밀집지역도 TV 중계를 지켜보던 주민들이 내지르는 함성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경기 종료 직후에는 주민들이 밖으로 몰려나와 단지 내 곳곳에서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이밖에 천안종합운동장과 보령문예회관, 서산종합운동장, 태안군민체육관 등 충남지역 30여개 거리응원장도 10여만명 쏟아낸 승리의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휴대폰 통화량 폭주 = 우리 대표팀의 극적인 승리와 함께 대전.충남북지역의 휴대폰 통화량이 평소에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업체들이 거리 응원장에 이동기지국 차량들을 배치했음에도 폭주하는 통화량을 감당하지 못해 휴대폰을 통해 친구와 가족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려던 팬들이 통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SKT 중부지사 관계자는 "아직 최종 집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날 오후 6시부터 7시 사이 대전지역의 011 및 017 휴대폰 통화량이 평일 같은 시간대에 비해 4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응원전을 펼친 김 모(39.대전시 대덕구 비래동)씨는 "경기가 끝나자 마자 기쁨을 함께 하기 위해 회사에 있는 아내의 휴대폰으로 계속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아 결국 유선으로 통화했다"고 말했다. KTF의 016 및 018 휴대폰도 이날 오후 통화량이 평일 같은 시간대에 비해 4배이상 증가하면서 연결 도중 끊기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SKT와 KTF는 이날 거리 응원전이 펼쳐진 대전월드컵경기장과 한밭야구장 등에 3-4대의 이동기지국 차량을 배치하고 휴대폰 폭주에 따른 불통 사태에 대비했다고 밝혔다. ▣환자 속출 = 이날 경기가 한낮에 벌어진 데다 수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뜨거운 응원전이 펼쳐진 탓에 거리 응원장에서 쓰러지거나 다친 환자가 속출했다. 오후 1시 45분께 부모와 함께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았던 김원영(3)군이 열성경련증세를 보여 119 구급차에 의해 유성선병원으로 후송된 것을 비롯해 대전.충남지역 거리 응원장 곳곳에서 10명 가량의 환자가 병원으로 옮겨지거나 현장 응급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다행히 120분 이상 계속된 긴장과 극적인 승리에 따른 흥분을 견디지 못하고 실신한 환자는 없는 것으로 오후 7시 30분 현재까지 파악됐다. ▣교통체증 =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일반에 개방하면서 한밭대로 등 경기장 주변 도로에서 응원인파로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붉은 옷을 입고 몰려들기 시작한 인파는 정오를 넘기면서 2만여명을 넘어 경기장 주차장은 물론 인근 농수산물 도매시장과 노은지구, 한밭대로 가로변에는 차들이빽빽이 들어찼다. 특히 응원 나온 시민들이 대부분 차량을 가져오는 바람에 경기장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변과 이면도로에 불법주차가 극심, 차량 통행에 심각한 지장을 받았으며 경찰과 구청 등에서 나와 긴급 소통작업에 나섰지만 차량 정체가 해소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전에서 공주나 연기방면으로 가는 차량이 1시간 가량 한밭대로에서 정체를 빚었으며 일부 시민들은 셔틀버스 운행 등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대전시를성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응원장소인 한밭야구장 인근의 보문산 네거리, 대흥 네거리 등도 오후들어 차량 통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같은 교통체증은 경기가 끝난 뒤 귀가하는 축구팬들의 차량이 몰리면서 또다시 반복됐다. (대전=연합뉴스) 정윤덕기자 cob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