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만이 거리에서 한마음이 되었다.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시청앞에서, 일터에서 전 국민이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코리아'를 목이 쉬도록 외쳤다. 경기 승패를 떠나 모두가 한 뜻으로 뭉쳤다는 데 스스로 감동하고 자축했다. 한국-스페인전이 열린 22일 전국 3백여곳의 거리 응원장은 또다시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경마장도 교도소도 신병훈련소도 응원장이었다. ○…영등포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 1천6백여명도 거실과 작업장에서 TV로 생중계되는 월드컵 한국의 경기를 관람하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교도소측은 이날 오후 1시까지 필수요원을 제외한 모든 재소자를 방에 입실시킨 후 TV를 통해 경기를 보도록 했다. 법무부 교정국 관계자는 "월드컵에 대한 국민의 열기를 감안해 수용자들도 최대한 동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대통령 차남 홍업씨도 자신의 방에서 TV를 통해 월드컵 한국의 경기를 관람했다. ○…과천 경마장에는 통상 토요일에 경마장을 찾는 관중보다 3배 가량 많은 6만여명의 응원객이 몰렸다. 붉은 색 상의를 차려 입은 응원단은 관중석과 경기장 주변 바닥에 걸터앉아 2대의 초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한국팀 응원을 위해 경주 횟수가 평소의 절반인 6경기만 진행된 탓에 상당수 '경마 마니아'들은 평소보다 4시간 빠른 오후 1시30분께 과천을 떠났다. 줄어든 경주 횟수에 아쉬움을 느낀 일부 경마팬들은 삼삼오오 모여 스페인전 결과를 놓고 '베팅'했다. 매주 경마장에 온다는 김모씨(35)는 "함께 경마장을 찾은 친구들과 재미삼아 내기를 했다"며 "한국팀의 승리로 30만원을 따게 돼 오전에 경마로 잃은 돈을 보충하게 됐다"고 말했다. 15년 경마 팬이라는 이모씨(여·42)는 "경마와 한국팀 응원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며 "오전 내내 경마를 즐겼고 스포츠토토를 통해 축구 경기에도 돈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몇몇 붉은 악마들도 한국팀에 소액의 돈을 걸며 경마장에 온 기분을 한껏 냈다. 친구 6명과 함께 과천을 찾은 대학생 이원재씨(22)는 "축구 결과를 놓고 1인당 3천원씩 내기를 했다"며 "베팅을 하니 축구 경기를 보는 재미가 더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서형석씨(24)는 "응원을 위해 아침 일찍 경마장을 찾았다가 처음 경마를 접하게 됐다"며 "경마로 1만원을 잃었지만 한국팀이 승리해 별로 아깝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천공항은 평소 주말 때와는 달리 이른 아침부터 한산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후 8시40분 괌행 예약률이 평소의 절반도 안되는 42.6%에 그쳤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과 다른 외국 항공사들도 이날 관광지로 출발하는 비행기 좌석의 절반 가량이 텅텅 비었다. 공무원들은 주5일 근무제를 맞아 가족과 함께 대형 멀티비전이 설치된 단체 응원 장소를 찾거나 집에서 TV를 통해 우리나라의 선전을 염원하며 첫 토요 휴무일을 즐겼다. 행정자치부는 6월 행정기관 주5일 근무 시험 실시일인 이날 7백96개 국가기관과 함께 1백25개 지자체가 시험 실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신병 훈련소도 응원전을 펼쳤다. 육군 37사단은 22일 충용 교육관에 대형 멀티비전을 설치하고 신병 훈련생과 조교 등 1천여명이 단체 응원전을 펼쳤다. 이 부대는 훈련생들을 중심으로 응원단을 구성하고 북, 꽹과리 등의 응원 장비를 마련해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모여 한국팀의 4강 진출을 기원하는 열띤 응원전을 벌이면서 그동안 훈련으로 쌓인 피로도 씻어냈다. 전국 종합 so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