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 태극기 물결' 한국팀의 16강 진출로 온나라가 떠들썩해진 14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은 발디딜 틈 없이 가득 메운 인파로 '16강의 성지'로 기록됐다. 87년 6.10 항쟁 당시 민주화의 상징적인 장소로 기억됐던 이 곳 하늘은 당시 자욱했던 최루탄 가루 대신 도시 빌딩 숲 사이 하늘을 향해 쉴새 없이 터지는 축하의 폭죽으로 가득 차 올랐다. 또한 15년전 민주화를 향한 울분은 16강 진출이라는 감격의 눈물로 바뀌었다. 청사 앞 광장을 빽빽이 들어선 수십만의 인파는 각자 준비해온 간이 폭죽으로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고 이들이 내뿜은 환호의 함성도 87년 당시 함성 못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수시간이 지나도록 시청 앞 상공에 끊임없이 오색 불꽃이 쏘아올려지자 프라자, 프레지던트 등 인근 호텔에 투숙하고 있던 외국인들도 목을 빼고 뒤풀이 공연장으로 변한 광장을 신기한 듯 내다봤다. BBC, NBC 등 유명 해외 언론사 취재진들도 이날 서울 밤의 열기를 카메라 등에 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15년 전 온 시민과 학생이 `동지'가 됐듯 이날은 시민들과 외국인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하나가 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시민들과 함께 얼싸안고 한국팀의 승리를 함께 축하해주며 16강 진출의 기쁨을 함께 했다. 경기 후 곳곳에서 흘러나온 애국가 제창과 태극기 물결도 지난 87년 6월을 떠올리게 했다. `대∼한민국' 구호에 맞춰 `빰∼빰빰빰' 경적을 울리며 몰려다니는 폭주족들도 이날만은 불청객이 아닌 식을줄 모르는 축제 분위기를 한층 달구는 반가운 손님이었다. 지난 87년 당시 연대 법대 3학년 재학생으로 6.10 민주화항쟁에 참여했다 이날 응원을 위해 다시 시청앞 광장을 찾았다는 조모(37)씨는 "그 때와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모두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함께했다는 점에서는 같은 것 같다"며 "한국팀의 16강 진출에 너무 기뻐 목이 메일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