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이 16강 진출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길 염원하며 열렬히 응원했던 온 국민들은 한국이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 끝에 포르투갈을 완파, 조 1위가 확정되자 한반도가 떠나갈듯 환호성을 질렀다.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회사원, 자영업자, 농어민, 학생, 주부, 노숙자 등을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방방곡곡에서 '대∼한민국' '한국팀 만세' '이제는 8강을 넘어 우승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인천 문학경기장으로 쏠린 이날 국민들은 역사적인 월드컵 16강 첫 진출을 자축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운명의 한국-포르투갈전에 재계 총수와 CEO가 상당수 참가, 전국민의 염원과 응원 열기에 힘을 보탰다. SK 손길승 회장은 이날 한-포르투갈전이 열린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SK텔레콤이 후원하는 붉은 악마들과 함께 응원전을 벌였다. 손 회장은 'Be the Reds'(붉은 악마가 돼라)라는 문구가 새겨진 붉은 티셔츠와 붉은 모자를 쓴채 경기 내내 붉은 악마와 함께 율동을 같이 하며 목청을 높였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구조조정본부 이학수 사장 등 임원들과 함께 문학경기장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한국팀의 승리를 축하했다. 프로축구단 부산아이콘스 구단주로서 대표팀에 송종국, 이민성, 안정환 선수를 내보낸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도 경기장에서 소속팀 선수들과 대표팀의 선전을 지켜봤다. LG전자 정병철 사장도 경기장을 찾아 응원 대열에 동참했다. 또 제일은행 코헨 행장은 임직원들과 이날 오후 붉은 옷을 입고 본점 앞에서 길거리 응원전을 펼치는 붉은 악마들에게 생수 1만병을 나눠 주며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1만여명의 응원단이 운집한 인천시청 앞은 환호의 도가니를 이뤘다. 밤 하늘엔 불꽃 축포가 쏘아올려졌다. 응원단이 흔드는 태극기는 거대한 물결을 이뤘다. 경비를 서던 의경들도 모자를 벗어 흔들며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붉은 물결은 인천시청에서부터 문화예술회관과 문학 월드컵플라자, 문학경기장까지 장장 2km를 굽이치며 새벽 거리를 누볐다. 붉은 악마를 포함한 응원단들은 새벽까지 거리 곳곳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자축하며 본선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올리기를 기원했다.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5만명이 모였던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에는 상당수 응원단원들이 감격에 겨워 바다로 뛰어들고 서로 얼싸안는 등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부산역 등 야외 응원전에 참여했던 응원단들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기쁨을 만끽하다 간선도로 등을 이용, 가두행진을 벌였다. .14일 밤 인천과 대전에서 열린 월드컵 D조 예선 두 게임이 끝나면서 한국과 미국이 동반진출하자 주한미군측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주한미군은 이날 미국팀이 대전 경기에서 탈락이 이미 확정됐던 폴란드에 3-1로 덜미를 잡혀 자칫 탈락의 위기에 처했으나 인천 경기에서 한국이 포르투갈을 침몰시키면서 16강에 동반진출하게 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0일 대구에서 열린 한-미전에서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진검 승부'를 벌인 끝에 무승부를 이룬데 이어 미국이 한국의 승리로 행운의 16강 티켓을 딴 것은 한.미 동맹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길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리 퍼거슨 주한미군사령부 대변인은 "무엇보다 한국팀이 16강에 진출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나아가 동맹관계인 한국과 함께 미국이 16강에 진출하게 돼 너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남극대륙 서북쪽 칠레령 맥스웰만 연안에 자리잡은 세종과학기지는 16강 고지를 정복한 기쁨으로 가득찼다. 16명의 대원들은 박지성의 첫 골이 들어가자 락커속에 숨겨 놓은 빨간 티를 꺼내며 일제히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세종기지 정호성 제15차 월동대장은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16강에 진출해 너무 뿌듯하다"며 "이번 기세를 이어가 8강에 이어 4강까지 진출해 외국 TV에서 고국의 태극기를 계속 볼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폴란드 경기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은 국기와 스카프를 동원한 열띤 응원전으로 후끈 달아 올랐다. 본부석을 중심으로 남쪽에 자리한 5백여명의 미국 응원단 '샘스 아미'는 미국 선수들이 멋진 플레이를 펼칠 때마다 성조기 등을 흔들며 열띤 응원의 함성을 보냈다. 그러나 미국 응원석은 전반 5분여만에 미국팀이 2골을 허용하자 찬물을 끼얹은듯 잠잠해졌다가 한국팀이 후반전에 첫골을 넣자 다시 희망을 갖는 분위기였다. 이날 한국 관중들은 폴란드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특히 폴란드가 전반 3분과 5분에 두 골을 터트리자 마치 한국팀이 골을 넣은 양 환호했다. 광화문에서도 폴란드의 올리사데베가 골을 넣은 뒤 펼치는 골 세리머니가 전광판 화면 아래쪽에 나오자 '붉은 악마'들은 소리를 지르며 얼싸안고 열광했다. 그러나 한국이 후반전 당당히 한골을 넣자 대전경기장도 온통 축제분위기로 변했고 미국을 3-1로 물리치며 자존심을 살린 폴란드팀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 사회부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