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인 아버지와 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불을 질러 화재로 위장한 대학생이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천인공노할 반인륜적인 범행을 저지른 아들은 경찰에서 "명문대를 졸업한 아버지의 권위적인 엘리트 의식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었고 오래전부터 죽이고 싶었다"고 말해 사회를 더욱 경악하게 만들었다.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11일 아버지와 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불을 지른 혐의(존속살인)로 이모(23.S대 3년 휴학)씨를 긴급체포했다. ◇사건발생 이씨는 10일 오전 3시 30분께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W아파트 자신의 집에서 거실에 있던 스키폴대 끝에 흉기 2개를 끈으로 묶어 창처럼 만든 뒤 방안에서 자고 있던 아버지(48.K대 교수)를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어 이씨는 집을 나가려다 아버지의 비명소리를 듣고 거실로 나온 할머니 진모(73.유치원 원장)씨가 소리를 지르자 갖고 있던 흉기로 할머니의 왼쪽 가슴을 찔러 살해했다. 이씨는 이어 오후 1시께 아버지의 승용차를 몰고 서울 송파구 일대 주유소 3곳을 돌며 휘발유를 1ℓ씩 모두 3ℓ를 구입한 뒤 집으로 가져와 아버지와 할머니 시체와 집 안에 뿌린 뒤 불을 질렀다. 이후 이씨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 등을 스키가방에 담아 집 근처 야산에 묻은 뒤 서울 강남에 사는 친구집으로 몸을 피했다. ◇경찰 수사 및 검거 경찰은 화재가 발생한 이씨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씨 아버지와 할머니의 몸에서 흉기에 찔린 상처를 발견, 누군가가 이들을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방화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2억2천만원이 들어 있는 예금통장과 현금 등이 집안에서 발견된 점, 외부침입 흔적이 없는 점, 10일 오전 2시께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는 주위 사람들의 진술에 따라 내부자의 범행으로 보고 이날 오후 8시께부터 이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사건발생 시간대의 행적에 대해 진술을 번복하는 이씨를 추궁 끝에 11일 오전 2시께 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 ◇범행동기 이씨는 경찰에서 "명문대를 졸업한 아버지가 독선적으로 대해 오래전부터 반감을 갖고 있었다"며 "올초부터 아버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10일 새벽에 아버지가 자는 모습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의 아버지는 명문 S대를 졸업,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국내 K대에서 교수로 재직중이었고 어머니(46)도 명문여대를 졸업했다. 이씨 어머니는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출국, 두 동생의 미국 유학생활을 뒷바라지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남 1녀중 장남인 이씨는 국내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후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 학력을 딴 뒤 캐나다 밴쿠버시로 유학, 현지 전문대학을 다니다 지난 2000년 국내 S대에 특례입학했으며 오는 20일 논산훈련소 입대를 앞두고 올초 휴학했다. 그러나 이씨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명문대를 가지 못해 아버지로부터 늘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아버지의 '엘리트 의식'에 대해 반감을 가져왔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경찰은 이씨가 "최고와 명문을 요구하는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내재되어 있었지만 아버지를 죽인 것은 천하에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며 뒤늦게 후회했다고 전했다. ◇범행후의 행적 이씨는 범행후 아버지와 할머니를 살해한 범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대담하고 치밀하게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범행후 집안에 혼자 있던 이씨는 오전 6시께 집을 나와 집 근처 목욕탕에서 샤워를 마치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서울로 갔다. 여자친구와 함께 서울시내를 돌아다닌 이씨는 낮 12시께 집에 다시 돌아온 뒤 승용차를 몰고 나가 휘발유를 사갖고 돌아와 집안에 불을 질렀다. 이후 이씨는 서울 강남의 친구 집에 찾아가 범행사실을 숨긴채 '10일 새벽 2시부터 3시사이 너희집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해달라'며 친구에게 말하는 등 알리바이를 조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유가 어떻든 친아버지와 할머니를 잔인하게 살해한 것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반인륜적인 범죄"라고 말했다. (성남=연합뉴스) 김인유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