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가 있으면 집안이 편안할 날이 드물다.' 환자로 인해 주위사람들이 더 불행하게 되는게 치매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8%를 넘었으며 2020년께는 1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노령화가 진행되면 치매환자도 늘수 밖에 없다. 한국은 노인의 10% 가량이 치매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치매는 밝혀진 원인만 80여가지를 넘는다. 치료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치매 치료법으로 가장 일반적인 약물요법에 대해 알아본다. [ 도움말=우종인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 -------------------------------------------------------------- 알츠하이머병의 약물치료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신경세포막 구성 성분이 변해 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이 끼고 학습능력 및 기억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감소되는 치매의 유형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는 아세틸콜린의 감소를 막기 위해 아세틸콜린을 분해, 고갈시키는 효소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대표적인 제품이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한국에자이), 엑셀론(성분명 리바스티그민.한국노바티스), 레미닐(성분명 갈란타민.한국얀센) 등 3가지다. 3년 전만 해도 뇌의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하는 타크린, 피라세탐, 이데베논 등이 많이 쓰였으나 부작용이 많고 약효가 미흡해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가운데 일부가 혈관성 치매에도 효과가 있으며 정신 및 행동 이상증상을 완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그러나 인지기능이 악화되는 것을 회복시킬 수는 없고 경증이나 중등도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사용할 경우 2~5년간 인지기능을 유지시킬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 영국 등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아리셉트는 중등도 혹은 중증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으며 약효나 부작용 등의 측면에서 엑셀론이나 레미닐에 비해 나은 것으로 평가됐다. 또 아리셉트는 하루 한번만 복용하면 된다. 그러나 엑셀론과 레미닐은 치료효과를 얻기 위해 서서히 용량을 증가시켜야 하고 하루에 2~3회 복용해야 한다. 이들 약은 얼굴홍조 소화불량 오심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을 나타내며 대부분 참을 수 있을 정도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된다. 고용량에서는 식욕부진 서맥 근육약화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는데 저절로 사라지기도 하지만 약 복용이 힘들어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약물들로는 토코페롤(비타민 E), 은행잎 추출물, 에스트로겐 등이 있다. 이들은 장기간 복용할 필요가 있다. 혈관성 치매의 약물치료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병 흡연 비만 운동부족 등으로 뇌혈관질환이 누적적으로 손상되고 막혀서 나타나는 치매다. 따라서 이같은 원인을 치료하는게 우선이다. 다음으로 뇌혈관이 좁아져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아스피린이나 티클로피딘처럼 혈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약이나 혈액이 끈끈해지는 것을 억제하는 와파린 등을 투여하기도 한다. 경동맥이 좁아진 경우는 수술을 받기도 한다. 기타 흔히 쓰이지는 않지만 세레길린(파킨슨병 및 경증의 치매치료제) 니세르골린(뇌경색후유증 및 혈관성치매 치료제) 등도 치매치료제로 쓰인다. 또 치매환자는 인지장애 외에 불안 초조 우울증 망상 환각 난폭성 불면 등의 증상을 보이므로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을 같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