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자연히 가정 화목에 도움이 됩니다. 토요일 오전에는 취미 활동도 하고 일요일에는 가족과 영화를 보거나 야외로 드라이브를 즐깁니다." 유한킴벌리 손승우 팀장(36)의 주말은 여유롭다. 손 팀장은 일찌감치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 삶의 질도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 말한다. 주말에 남는 시간을 이용해 평소 꼭 해보고 싶었던 환경 관련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마침내 주5일 근무제의 '물꼬'가 터졌다. 지난 4월말부터 공무원들이 이미 주5일 근무 시범 실시에 들어갔고 지난달에는 금융권 노사가 주5일 근무제 도입에 전격 합의했다. 금융권이 주5일 근무제를 실시키로 합의함에 따라 일반 기업들의 주5일 근무제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전국 1백인 이상 사업장 5천27개소중 22.5%인 1천1백31개소가 월 1회 이상 토요휴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1백91개소(3.8%)는 이미 주5일 근무제(완전 토요휴무)를 채택하고 있으며 토요휴무제를 도입한 기업수도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이제 주5일의 큰 흐름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고용창출, 내수소비 증가 및 관련 산업 발전, 생산성 향상 등 주5일 근무제가 가져올 경제적 파장은 차치하더라도 일상에 찌든 직장인들에게 찾아올 이른바 '주말혁명'은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자금 여유만 있다면 직장인도 금요일 오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직장 중심의 음주문화에서 가족중심의 여가문화로 바뀌게 된다.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 불만이었던 맞벌이 부부와 자녀 보육에 어려움을 겪어온 여성 근로자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늘어난 휴일을 자기 계발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노력과 함께 외국어 컴퓨터 등 사설 교육 프로그램 수강 붐이 일고 다양한 취미 활동도 늘어날 것이다. 노동연구원은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될 경우 68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 총고용이 5.2% 늘고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전체 근로자의 임금은 단기적으로는 2.38% 상승하고 중.장기적으로는 0.13%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주5일 근무제의 확산에 따라 문화관광산업, 여가 및 스포츠.레저, 대형 쇼핑몰, 항공 등 여가 관련 산업의 특수와 내수 소비의 증가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도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 도입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은 단기적으로 노동비용 증가와 생산성 하락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경영엔 일단 비상등이 켜지게 됐다. 기업의 인사관리나 근로관리 체계에도 일대 변화가 찾아오게 돼 또 한차례 구조조정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부담감을 안아야 한다. 특히 노동집약적 중소 제조업체는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시장경쟁력 약화에 대응해야 한다. 이밖에 주5일 근무제 도입은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소득이 많은 근로자들은 여가 활용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누릴수 있지만 저소득 근로자들에게는 소득 저하라는 악순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