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4일 저녁 8시30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폴란드전을 앞두고 부산이 월드컵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개장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에 승리의 기쁨만을 안겨준 부산 월드컵경기장의 짜릿한 기억을 되살리며 부산 시민은 물론 나라 전체가 월드컵 첫 승에 대한 부푼 기대로 들떠 있다. 부산 월드컵경기장은 한국 대표팀이 2경기에서 6골을 터뜨리며 모두 승리로 이끈 행운의 경기장. 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단 한 차례도 거두지 못한 첫 승을 기원하기 위해 붉은악마 등 대표팀 응원단들도 속속 부산에 도착 중이다. 붉은악마 서울 회원 1백여명은 3일 오후 10시 버스 5대에 나눠 타고 서울을 출발해 4일 새벽 부산에 도착했다. 나머지 수도권 회원 2백20여명도 개별적으로 출발,4일 오후 4시 부산 동래중학교 운동장에 모인다. 이들은 이 곳에서 '한국팀 승리를 위한 출정식'을 갖고 부산 월드컵경기장까지 도보로 이동하면서 거리 응원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경기장 안에서는 N석 골대 뒤에서 KTF 응원단원 2백여명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칠 예정이다. 한승일 KTF 응원팀장(20)은 "부산 소년의 집 어린이,소년소녀가장 등 불우 어린이 2백50명을 초청해 이들과 함께 거리 응원부터 펼치며 응원전에 불을 지필 것"이라고 전했다. 거리에는 월드컵 개막과 환영 플래카드,현수막 물결이 넘실거리고 시내 간선 도로에는 형형색색의 꽃탑과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외부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시민들은 해운대·다대포·광안리 해수욕장,광복동,서면,부산역 광장 등 곳곳에 모여 "오∼오∼필승 코리아"라는 응원소리를 외치고 있다. 부산지역 학생들도 응원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부산 중구 대청동 남성여고 2학년생 4백65명은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가로 세로 9? 크기의 대형 그림을 공동 제작해 이날 '붉은악마 응원단'에 응원 현수막용으로 전달했다. 이 그림은 '대한민국인의 혼으로 간다. 16강'이라는 문구 아래 힘차게 공을 몰고 가는 한국 대표선수의 모습을 형상화했으며 학생 4백65명과 대표선수 이름 및 본선 32개국의 국기가 이 그림에 모두 들어가는 모자이크식으로 제작돼 관심을 끌고 있다. 상당수 고교들도 이날 하룻동안 야간 자율학습을 실시하지 않는 등 수업기간을 단축하거나 조정해 학생들이 한국팀을 응원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신용환씨(42·부산시 남구 대연동)는 "폴란드전 분위기는 지난번 4-1로 승리한 스코틀랜드전과 비슷하게 한국이 쉽게 이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승리를 예견했다. 대학원생 조지윤씨(28)는 "이영표 선수가 결장한다고 해 걱정이지만 그래도 한국은 꼭 이길 것"이라면서 "요즘 날씨도 더운데 골이 많이 터져 더위를 씻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