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빼앗긴 현장 근로자들의 마음을 잡아라.' 31일 월드컵대회가 한달간의 일정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기업들이 이 기간동안 생산성 저하, 안전사고 및 불량률 증가 등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특히 한국전을 비롯한 '빅 게임'을 전후해서는 경기 관람과 기분풀이 '한잔 유혹'으로 지각사태가 속출하고 축구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작업 능률이 떨어지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 업체들은 월드컵 티켓 제공, 잔업 없애기, 조기 퇴근, 생산라인의 안전장치 보강, 검품직원 추가 투입 등 각종 묘안을 내놓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월드컵을 향한 근로자들의 열정을 막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 아래 아예 '정면 승부'를 걸기로 했다. 회사측이 브라질-터키전 등 울산에서 열리는 3경기 티켓 4천여장을 구입해 직원들에게 나눠 주기로 한 것. 월드컵 경기를 마음껏 즐기고 거기서 얻은 에너지와 활력을 생산현장에까지 이어지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울산 석유화학공단내 삼성정밀화학은 최근 30억원을 투입해 월드컵기간중 사고나 악취발생 조짐이 조금만 있어도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는 첨단 시스템을 공장내에 설치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세종공업은 근로자들이 깜빡 졸아 손이 프레스기기에 들어가는 순간 조업을 멈추게 하는 최첨단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또 부품 불량률이 늘어날 것에 대비, 최종 테스트공정라인에 검품관리 직원들을 추가 투입키로 했다. 부산 녹산공단의 조선기자재업체인 오리엔탈정공은 한국전이 열리는 6월4,10,14일에는 아예 잔업을 없애기로 했다. 동원F&B는 4,14일 경기시간(오후 8시30분)을 고려해 직원의 퇴근 시간을 평상시(오후 6시)보다 한시간 앞당기기로 했다. 주야간 교대근무 시간대가 오후 3시인 사업장에선 한.미전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지각과 결근, 대규모 월차 등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효성의 배기수 관리팀장은 "월드컵을 보기 위해 10만원의 수당 대신 월차를 내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오후 3시는 주야간 교대시간인데 근로자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장 현장이나 휴게실에 대형 TV를 설치해 휴식시간 때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업체도 상당수 있다. 일부 업체는 최고경영자가 직원들과 함께 TV를 시청하면서 한국팀을 응원하기로 했다. 웅진식품은 4일 열리는 한국-폴란드전 때 조운호 사장과 직원들이 함께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회사 근처 호프집에서 한국팀을 응원하기로 했다. 부산 신평 장림공단내 엔케이는 휴게실에 TV를 설치, 직원들이 휴식시간 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국책연구소 및 기업 부설 연구소들도 연구직의 특성상 밤일을 선호하는 근무패턴을 감안할 때 대부분 야간에 열리는 경기 시청 때문에 자칫 연구 분위기가 해이해질까 긴장하는 분위기다. 백창현.김태현.하인식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