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그들만의 월드컵'을 벌이고 있다. 비록 열광하는 관중도, 공식후원사도 없지만 월드컵 분위기에 동참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들의 가슴은 뿌듯하기만 하다. '장애인 월드컵'을 주관하는 곳은 스포츠 마케팅사인 스포티즌(www.sportizen.co.kr).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매달 10개 월드컵 개최도시 중 한 지역을 찾아 그 곳의 장애인들과 축구시합을 벌이고 있다. 세기적 축제에 신체적 장애로 인해 장애인들만이 소외돼서는 안된다는 직원들의 작은 생각이 출발점이 됐다. "경기 현장에서 '붉은 악마'와 함께 선수들의 호흡을 느끼고 싶어도 혼자 힘으로는 관람이 힘든데다 비싼 입장권도 장애인들에겐 '그림의 떡'이잖아요."(홍보팀 엄소민씨) 20여명의 직원 모두가 축구와 농구 등 스포츠광이라는 사실도 이 행사를 추진하는 데 박차를 가해 줬다. 지난달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주로 10∼20대 소아마비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서울 상봉동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을 찾아 서로 편을 짜 축구시합을 가졌다. 승패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다음주에는 인천 소망의 학교를 찾아 2라운드를 가질 예정이다. 올 여름 휴가는 전 직원이 제주 서귀포를 찾아 그 곳 장애인들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이후에도 수원 대전 전주 광주 대구 울산 부산 등 월드컵 개최도시의 장애인 복지시설을 찾아 내년 1월까지 모두 10차례에 걸쳐 '그들만의 월드컵'을 치를 예정이다. 심찬구 사장(33)은 "우리나라 4백50만 장애인들이 소외되지 않고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월드컵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