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월드컵에 웁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으로 국민적인 잔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6월 한 달'이 공포로 와닿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해외여행사 영화배급사.상영관 유흥업소들은 월드컵 불경기(?)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2000년 개장 이후 불황을 모르던 강원도 정선 카지노도 월드컵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한.일 공동 개최로 일본인 관광객이 격감할 것이 뻔해 면세점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 카지노 '영업 비상' =월드컵 열풍은 24시간 식을 줄 모르던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강원랜드 카지노의 도박 열기마저 주춤거리게 하고 있다. 태극전사들이 세계 최강 프랑스의 골네트를 두 번씩이나 뒤흔든 지난 26일(일요일) 카지노 입장객은 2천3백23명에 불과했다. 이는 올들어 일요일 하루 입장객으로는 가장 적은 규모였다. 한국이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 맞섰던 지난 21일 카지노는 더욱 한산했다. 평일이었던 이날 입장객은 평일 평균 입장객수 2천5백명에 크게 못미치는 2천13명이었다. 이는 지난 1월7일에 이어 올들어 두번째로 적은 입장객수였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월드컵 특수는 고사하고 월드컵 기간 카지노 매출이 태극전사들의 성적에 반비례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 아웃바운드 경기 최악 =해외여행사(아웃바운드)들은 월드컵 기간중 최악의 영업상황을 각오하고 있다. 지구촌 최대 축제가 안방에서 열리는 마당에 해외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 해외여행사들은 "지난 4월까지 해외 여행 예약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0% 가량 늘었으나 5월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이구동성이다. 김종익 자유여행사 이사는 "현재 6월 예약률은 지난해와 비교해 30% 정도 떨어졌다"며 "고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 '6월, 한 달만 견디자' =영화 관련 산업,유흥업소 등도 월드컵이 내심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 개봉관들은 한국 영화 '집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의 선전으로 아직까지 월드컵 피해(?)를 입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월드컵 개막이 영화업계에는 '잔인한 한 달'의 시작이 될게 틀림없다. 실제로 맨인블랙2, 스타워즈 에피소드2 등 대형 흥행 예고작들은 일찌감치 월드컵과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7월로 개봉일을 미뤘다. 메가박스 시네플렉스 황병국 팀장은 "6월 관람객 감소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월드컵을 넘기고 블록버스터를 내걸 계획"이라고 말했다. ◆ 중국인 관광객도 기대 이하 =중국, 일본 관광객들이 밀려올 것으로 예상했던 여객선사도 예상치 못했던 승객 감소로 당황해 하고 있다. 올 1.4분기 인천∼중국, 부산∼일본 항로 이용승객이 지난해보다 각각 37%, 24% 줄어든데다 5월 들어서도 승객이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인천∼중국간 2개 항로를 운영하는 W사 관계자는 "다음달 중순까지 단체관광 예약 인원은 2백여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5월 현재 이 회사의 평균 승선율은 50∼60%. 이 가운데 중국인 승객은 5%에 불과하다. 면세점 업계도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면세점 업계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전국 호텔 숙박시설의 70%를 예약한데다 일본에서도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일본 관광객 구경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홍성원.이정호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