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검찰에 출두한 김홍걸씨의 모습은 5년 전의 김현철씨를 연상케 했다. 검정색 계통의 깔끔한 정장과 극도로 긴장한 모습 등이 유사했다. 그러나 뚜렷한 차이점도 있었다.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현철씨와는 달리 홍걸씨는 "부모님께 면목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홍걸씨를 태운 검정색 '다이너스티' 승용차는 출두예정 시간인 오전 10시에 정확히 맞춰 서울지검 청사에 미끄러지듯 들어 왔다. 지난 97년 5월15일 현철씨가 검찰에 소환된지 5년만에 또 다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검찰에 출두한 것이었다. 검정색 정장에 흰 와이셔츠를 받쳐입은 홍걸씨는 변호인인 조석현 변호사만 대동한 채 수행원 없이 출석했다. 차에서 내린 홍걸씨는 청사 현관과 1층 로비에 모인 2백여명의 국내외 취재진에 30초 가량 포즈를 취했다. '심경이 어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홍걸씨는 "죄송합니다. 부모님께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국민에게 한 말씀 해달라'는 질문에도 "죄송합니다"라고만 답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에 도착한 홍걸씨는 '밤새 잘 잤느나'는 질문에 짧게 "예"라고 대답한 뒤 곧바로 주임검사인 임상길 특수2부 부부장 검사실로 들어갔다. 5년 전 검찰에 출두했던 현철씨의 출두 모습도 홍걸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현철씨는 검정색 '소나타II' 승용차를 이용해 출두했다. 짙은 남색 싱글차림이었던 현철씨도 취재진에게 포즈를 취한 뒤 곧바로 조사실로 직행했었다. 긴장된 표정도 홍걸씨와 비슷했다. 현철씨는 차문을 열고 나온 뒤 차문을 열어둔채 걸어가려다 다시 돌아서 문을 닫는 등 당황한 모습을 보였었다. 서류를 준비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