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기업의 한계를 딛고 전국 시장을 제패한 치킨 체인점 페리카나의 양희권 회장(49). 대전지역에서 그는 역경을 딛고 값진 성공을 일궈낸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1백가지 일을 해봤다"고 스스로 공언할 정도로 안해본 일이 없다. 그가 닭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여년전. 약품회사에서 일하다 다리를 다쳐 잠시 쉴때 친구 아버지가 경영하는 양계장 일을 도와주게 됐다. 6개월이란 짧은 기간이었지만 여기서 그는 닭을 기르고 잡는 방법, 유통구조 등 장차 치킨사업에 필요한 노하우들을 배웠다. 이때 우연치 않게 미국에 사는 누나의 도움으로 미국 패스트푸드 산업과 프랜차이즈업계를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됐다. 이거다 싶어 귀국하자마자 햄버거 아이스크림을 파는 패스트푸드점을 차렸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생소한 업태여서 거금 1억원만 날린 채 실패로 끝났다. 실의에 빠져 있던 그에게 희망을 준건 역시 '닭'. 우연히 시장골목을 지나던 중 기름에 튀겨 파는 구수한 통닭냄새가 그의 코를 찔렀다. 통닭을 규격화하고 깨끗하게 포장한 뒤 배달하는 프랜차이즈사업을 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예감이 번득 스쳤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게 바로 페리카나치킨 체인점이다. 양 회장은 우선 대전역 앞에 페리카나 1호점을 냈다. 마침 80년대 초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 여파로 밀려난 예비창업자들이 줄을 섰다. 대전지역에만 단숨에 10여개의 체인점이 들어섰다. 곧바로 강원도에 지사를 설치하고 서울에 영업소를 내는 등 페리카나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추게 됐다. 84년 그는 인구밀집지역인 영남권 공략을 위해 직접 대구로 내려가 동성로에 간판을 내걸었다. 사업은 하루가 다르게 번창하면서 마침내 그는 치킨업계의 기린아로 우뚝 서게 됐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정확히 맞춘 차별화된 전략이 주효했지요. 무조건 외국 것을 모방하지 않고 통닭에 고추장 마늘 양파 등을 원료로 한 소스를 끼얹은 한국형 양념치킨이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양 회장은 어떤 분야든 독보적인 노하우를 쌓는다면 사업하는데 굳이 서울과 지방을 따질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사람들과의 진실된 사귐이 곧 비즈니스라는게 그의 사업철학이다. 얼마전 그는 대전 인근의 에딘버러 컨트리클럽(구 대둔산CC)을 인수했다. "무조건 돈을 많이 달라고 하지 말고 여러분들이 협조해서 돈을 많이 벌게 해주면 반드시 되돌려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랫사람들과 몸을 부딪치며 스스럼없이 일하는 소탈한 그의 모습에 직원들은 감동했다. 그가 거느리고 있는 10여개 회사에는 노조가 없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