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용석 < 노동부 장관 >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변화를 두려워한다. IMF 체제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가운영에서부터 기업 경영이나 교육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전반에 시장경제 원리가 도입돼 경쟁체제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근로자의 생활과 관련해 가장 실감나는 표현이 '평생직장'은 없어지고 '평생직업'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임금 결정방식도 연공서열식에서 연봉제나 능률성과급 제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양상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기업이 경영상의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구조조정이 합법적으로 인정됐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같은 급격한 변화는 노동계의 공기업 민영화 반대투쟁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우리가 중국 등 주변국가들과 비교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얼마나 잘 변화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바로 경쟁력의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년간 이와 같은 변화를 추구하는 정책이 있었기에 IMF 체제를 조기에 극복하고 국가신인도도 A등급으로 회복할 수 있었고 급기야는 경제 회복과 함께 실업문제 해결도 어느정도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청년실업의 증가, 빈부격차 심화,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에 따른 고용불안,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불법취업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문제 등은 정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외국의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과제중에서도 한국의 노사관계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얼마전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경쟁력 순위가 49개 국가중 47위라고 발표했다. 국가경쟁력 종합순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에도 노사관계는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노사관계가 어떻게 변화돼야 하는가. 매년 정례화되다시피한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상생의 협력적 노사관계로 전환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는데 신뢰를 기반으로 한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 길은 무엇일까. 이것은 노.사.정 모두의 과제임이 분명하다. 이 시대가 노사관계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자에게는 가부장적인 권위적 노사관계의 태도를 버리고 투명한 열린 경영으로 근로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스스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에게 공정한 성과배분을 통해 창의력을 이끌어 내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에도 대립적 노사관계가 결코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없으며 세계 대부분의 나라와 같이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조합원의 이익을 위한 노동운동이기 때문이다. 노동절의 역사적 의미가 노동자의 보다 나은 삶의 질 향상에 있음을 생각할 때 변화하는 오늘에 맞는 노.사.정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할까를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할 때다. 주춤거리는 일본과 뛰어가는 중국의 변화가 경제 도약의 정도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뒤따라가는 변화가 아니라 앞서가는 변화다. 희망이 거기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