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서울 D고교 3학년에 재학중인 학부모 박모(43)씨는 지난달 학부모회 임원이라는 학부모로부터 "자율학습 지도교사 수고비로20만원을 온라인 송금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불쾌감에 사유 등을 알아보느라 송금이 지연되자 다시 독촉전화가 걸려왔고, 박씨는 이같은 찬조금 요구가 불법이라고 생각해 서울시교육청에 알렸지만 별 소용없이 모금이 계속 진행됐다.

최근 초.중.고교에서는 이처럼 학부모를 상대로 한 불법적인 찬조금 요구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단체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지난달초부터 최근까지 상담실을통해 접수된 각급 학교의 불법 찬조금 모금사례가 30건에 달했다고 30일 밝혔다.

현행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 `학교발전기금의 조상.운용 및 회계관리에 관한규칙'은 초.중.고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학교발전기금외에 어떠한 명목으로도 학부모로부터 찬조금을 조성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학교발전기금도 일정액을 할당하거나 최저액을 설정하는 행위, 사전에 납부희망액을 신청받거나 직.간적접으로 갹출금을 요구.강요하는 행위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 M고에서는 최근 학운위의 심의없이 1.2학년 전교생은 1인당 25만원,3학년은 1인당 45만원씩의 찬조금이 모금됐다.

이 찬조금은 보충수업시 교사 수고비나 회식비, 체험학습시 도시락 준비 비용등으로 사용됐지만 학운위의 심의, 의결은 커녕 사용내역 등에 관한 결산보고조차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O여고에서는 역시 학운위 심의없이 각반에서 100만원씩 모금해 에어컨 설치비와 교사회식비 등으로 사용했고 노원구 O여고에서도 2학년 학부모회가 1인당 20만원식 모금했다.

또 D중학교는 학부모회가 전교실 에어컨 설치비용으로 2천만원을 조성하기로 했으며, 학교운영위원회에서는 인조잔디 조성 등의 명목으로 총 2억원의 학교발전기금을 모금하기로 결정했다.

인천 S여고에서도 학부모회 회원 1인당 25만원씩, 각반 대표는 35만원씩의 찬조금이 거둬졌고, 구리시 J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회 임원을 맡고 있는 한 학부모가 담임의 요구에 따라 사비로 교실바닥에 비닐장판을 깔아줬다.

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는 "이같은 불법찬조금 모금이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불신을 깊게 할 뿐 아니라 과거 횡행했던 촌지문화를 되살리고 도.농간이나 지역간 교육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교육당국이 학교장에 징계조치를 취하는 등 강력한 단속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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