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사는 김모씨(34.여)는 지난 99년 3월 서울 신반포 6차아파트 앞 삼거리에서 시속 30㎞의 속도로 우회전하다 정차해 있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김씨의 차량 우측 옆부분이 택시의 좌측 뒤 범퍼부분을 경미하게 긁은 사고였다. 하지만 택시운전사 이모씨(43)는 목뼈가 삐는 경추성염좌 등의 상해를 입어 석달 가까이 입원치료를 받게 됐다며 2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재판부는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했으면서도 큰 피해를 입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는 일부 '얌체' 운전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문책성' 판결을 내렸다. 서울지법 민사3단독 정진경 판사는 29일 택시운전사 이씨가 "교통사고로 인해 3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피해를 봤다"며 김씨를 상대로 낸 1천9백85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정 판사는 판결문에서 "김씨는 도로변에 정차해 있던 이씨의 택시 뒷범퍼에 극히 경미하게 접촉,김씨 차량의 페인트가 살짝 묻는 정도의 피해만 발생했다"며 "이씨가 83일간 입원치료를 받을 정도로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택시운전사 이씨는 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김씨가 법원에 공탁한 2백만원과 책임보험금 1백40만원을 이미 받았다"고 지적했다. 정 판사는 "언제부터인가 교통사고로 경미한 상해만 입어도 많은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병원을 찾아가 장기간 입원하는 일이 당연시되고 있다"며 "이같은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법원은 교통사고와 상해의 인과관계를 정확히 따져 엄정한 판결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