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이후 판공비를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대학총장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성공회대 김성수 총장(71). 김 총장은 지난 2000년 7월 취임한 이후 학교측이 책정한 연간 판공비 2천여만원을 학교 운영비로 사용하라며 고스란히 반납했다. 김 총장은 매년 판공비를 반납한 뒤 손님 접대비나 식비,총장주재 행사비 등 다른 대학 총장들이 판공비에서 지출하는 각종 경비를 모두 월급 등 개인적인 돈으로 충당해왔다. 이같은 남다른 '재정운영'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은 학생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그의 소신에서 비롯됐다. 김 총장은 "판공비는 학생들이 어렵게 마련한 등록금에서 나온 돈인데 이런 돈을 어찌 총장 맘대로 식비나 선물 비용 등에 쓸 수 있겠느냐"며 "학교경비로 돌려 학생들을 위해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김 총장의 행동이 긍정적인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개인 돈으로 판공비를 대신하다보니 돈이 부족했던 것. 때문에 김 총장은 한때 거래은행으로부터 신용카드 사용을 중지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지난해 9월에는 총장 비서실에 난데없이 은행이 보낸 신용카드 연체대금 납부와 카드사용 중지를 알리는 통지서가 날아오기도 했다. 결제통장 잔고가 부족한 지도 모른 채 김 총장은 자신의 신용카드를 계속 사용하다 하마터면 '신용불량자'로 분류될 뻔한 것이다. 김 총장은 간신히 돈을 마련,잔고를 채운 다음에야 카드사용 정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