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게이트 연루 의혹이 불거지자 해외로 피신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최성규 총경의 도피 행각이 자칫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최 총경은 지난 14일 홍콩을 거쳐 다음 날인 15일 인도네시아로 잠입했다 다시 18일 싱가포르로 도주했다. 세계 각국이 9.11테러 사건 이후 중요 범죄자에 대한 출입국관리를 대폭 강화한 가운데 최 총경이 제집 드나들듯이 3개국을 옮겨다닐 수 있었던 것은 관계 정부간의 협조 미미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나라당 `최 총경 해외도피 현장 조사 및 송환 추진단'의 엄호성 의원은 18일 인도네시아에 도착,"최 총경이 국기를 뒤흔들만한 부패범죄에 연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강제 송환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해외도피가 확인된 뒤 곧바로 최 총경의 범죄혐의 사실을 인터폴에 통보, 소재지 파악을 요청하거나 여권을 말소해 체류국 이민 당국이 신병을 붙잡아 강제송환토록했어야함에도 불구,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최 총경이 친분관계가 두터운 교민 A씨의 지원을 받아 자카르타로 잠입한 뒤에도 경찰청만 경찰 주재관 1명에게 소재지 파악을 지시했을 뿐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본부로부터 어떠한 지시도 없었기 때문에 최 총경 소재지 파악을 위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파견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아 현지사정에 익숙하지 못한 이희성 경찰 주재관만 동분서주했을 뿐이다. 최 총경 해외도피와 관련한 공관의 지금까지 역할은 대사관 직원들이 18일 오후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으로 나가 한나라당 조사단 일행을 영접하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한 것이 전부였다. 공관이 조사단 일행의 자카르타 체류 기간에 예정된 현지 경찰 및 이민국 방문일정을 지원하는 데 골몰하는 사이에 최 총경은 유유히 자카르타 공항을 빠져나가 싱가포르로 이동할 수 있었다. 따라서 최 총경 조기 송환을 위해서는 정부가 예상 도피국의 공관에 소재지 파악을 위해 전력을 쏟도록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전구속영장 발부나 여권말소 등과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해외도피 장기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한나라당 조사단의 지적이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