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님, 미안하지만 앞으로도 마약을 완전히 끊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18일 오전 서울경찰청 마약계 사무실. 다량의 히로뽕을 소매상에게 판매하고 투약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K(39)씨는 고개를 떨군 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구치소로 향했다. 10여년전부터 히로뽕에 손을 대기 시작한 K씨는 그야말로 약물 중독으로 찌든 모습 그대로였다. 현직 변호사인 아버지와 한의사인 형,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누나 등 이른바 '잘나가는' 집안에서 K씨는 '애물단지'였다. 학창시절부터 공부는 뒷전인 채 불량배들과 어울려 다니다 급기야 10대후반에는 온몸에 문신까지 그려넣었고 이로 인해 군대도 가지 못했다. 히로뽕 투약 혐의로 과거 두 번이나 철창신세를 졌던 K씨는 사업에도 손을 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했지만 이미 중독된 히로뽕의 유혹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히로뽕 투약혐의로 1년6개월의 징역을 살다 출소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또 다시 감방신세를 지게 된 K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딸과 아내에게 면목이 없을 따름이다. K씨를 검거했던 한 경찰관은 "K씨가 좋은 환경에서 성장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압박감이 심했었던 것 같다"며 "나한테까지 마약을 끊지 못하겠다고 한탄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