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로 아내, 친구들과 어울려 골프장을 수 십차례 드나들고, 해외출장비를 빼돌려 용돈으로 사용하는 등 공금을 흥청망청 써온 전직 민간연구기관 원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16일 판공비 등 억대에 가까운 공금을 횡령한 혐의(업무상횡령)로 전 주택산업연구원 원장 이모(59)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98년 4월부터 올 2월까지 주택산업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판공비와 기밀비, 해외출장비 등 모두 9천300만원을 횡령한 혐의다. 조사결과 이씨는 연구원 법인카드를 이용해 자신의 아내 등 친지들과 함께 무려 40여차례에 걸쳐 골프장을 다녀 2천400여만원을 썼으며, 법인세법상 2000년까지 폐지토록 돼 있던 기밀비를 월 300만원씩 작년 한해동안 받아 모두 3천300만원을 챙긴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또 해외출장시 비즈니스 클라스 항공권을 이용하겠다고 출장비를 신청한뒤 실제로는 이코노미 클라스를 이용하는 수법으로 1천800여만원을 남겨 빼돌리고, 국제 세미나 일정을 실제보다 4∼5일씩 늘려 출장비를 받아내 남긴 돈으로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공금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써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유일의 민간 주택연구기관인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부 경영난에다 이씨의 이같은 비리행각과 노조의 이씨 비리폭로에 따른 노사갈등으로 파행을 겪다 결국 지난달 폐쇄됐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