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자연생태계의 상징인 백두대간이 무분별한 등산활동으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녹색연합은 작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15개월에 걸쳐 670㎞에 이르는 백두대간전구간(지리산 천왕봉-진부령) 등산로의 훼손실태를 총 2천847개 지점에서 조사한결과 식물이 죽고 맨땅이 드러난 면적이 54만㎡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넓이의 2천500배에 해당된다. 또 맨땅이 드러난 등산로에서 유실된 토양은 총 10만5천㎥로 10t트럭 1만3천대분량인 13만t의 흙이 등산객들의 발에 의해 쓸려 나갔다. 이처럼 백두대간이 인간의 과도한 이용으로 산림생태계 파괴에 직면해 있으나훼손된 등산로의 복원작업이 이뤄지는 곳은 일부 국립공원에 한정돼 백두대간 전체구간의 15%(99㎞)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녹색연합의 설명.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리산과 덕유산, 오대산, 설악산 등 7개의 국립공원을 포함하고 있는 백두대간은 불과 10년전만 해도 한 사람이 걸어다니는 것도 불편할 정도로 울창한 산림생태계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0년부터 널리 알려지면서 등산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 지금은 한꺼번에 3-4명이 다닐 수 있는 등산로가 곳곳에 만들어졌고 이는 무분별한 야영과 취사활동 등으로 이어져 생태계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리산의 경우 연간 300만명, 하루 평균 9천명의 탐방객이 찾고 있으며 이같은과도한 이용으로 등산로의 넓이가 최대 6m에 이르고 일부 등산로는 터널형으로 1m이상의 토양이 유실되는 등 생태적, 경관적 가치가 훼손됐다. 특히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는 생태계 회복기술이 미약한데다 여름에는 집중호우로 침식이 심하고 겨울의 동결융해 작용이 반복돼 환경성이 취약한 고산지대는 생태계가 한번 훼손되면 복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고지대의 능선을 따라 연결되는 백두대간은 경사도가 크고바람이 강하며 기온의 변화도 심하기 때문에 식물의 발육이 활발하지 못하고 등산객의 발길이 조금만 닿아도 쉽게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토의 중심축을 이루는 백두대간을 제대로 보전하기 위해서는 훼손의 주범인 등산로를 정확히 파악한 뒤 주변의 생태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환경친화적 복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기자 wolf85@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