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수 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요즘 몸이 열이라도 모자랄 판이다. 본업인 자동차 수출도 챙겨야 하지만 당장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 투표를 앞두고 회원국 지지를 이끌어 내기에 다급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이 때문에 요즘 민간 외교사절로 외국 귀빈을 만나는게 주요 일상이 됐다. 정 회장은 지난 2000년부터 최근까지 미주지역은 물론 유럽 중남미 등 전세계를 돌며 여수박람회 유치 홍보활동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정 회장에게서 그동안의 유치 활동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현대자동차는 바다와 큰 인연이 없는데도 유치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올림픽 월드컵 세계박람회는 모두 지구촌 축제로 불리는 큰 행사들입니다. 이런 행사를 통해 국부를 창출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경제인으로서 당연한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국민 여러분께서 경제적 관점에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중요한 국책사업을 추진해 달라는 의미에서 제게 유치위원장직을 맡겨 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반드시 세계박람회를 유치하겠습니다" -그동안 어떤 유치활동을 펼치셨는지요. "지난 99년 유치위원장을 맡은 후 129차, 130차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 참가를 비롯해 유럽 아시아 미주지역의 10여개국 이상을 순방했습니다. 올해도 지난 2월에 중미의 벨리세에서 열린 제13차 카리콤 정상회의에 참석해 정상급 인사 10여명을 비롯한 많은 BIE 회원국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해외 순방이 어려울 경우에는 주한 외교사절을 초청해 크고 작은 행사를 개최하며 우리의 유치 의지를 알렸지요. APEC과 ASEM 등 대규모 국제회의를 활용한 유치활동도 전개해 왔습니다. 올해는 개최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해이니 만큼 민간 외교관으로서 한층 더 유치활동에 전력을 기울일 각오입니다" -유치위원장으로서 지금까지 노력을 평가하신다면.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붙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정열과 자신감으로 유치 활동을 계속한다면 한국이 2010년 세계박람회를 반드시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한국이 세계박람회를 개최하는 의의는 무엇입니까. "여수에서 개최될 2010년 세계박람회는 한국이 명실상부하게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경제적 효과만 해도 월드컵의 약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여수 세계박람회를 통해 대외적으로는 한국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게 될 것이며 대내적으로는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단합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박람회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의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세계박람회 개최 능력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십니까.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지구촌 축제는 월드컵과 올림픽 세계박람회를 들 수 있습니다. 이 3대 행사를 모두 개최한 나라는 전세계에서 영국 독일 스페인 미국 일본 등 5개국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대형 행사를 주최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적 여건과 함께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요. 한국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적이 있으며 일본과 함께 월드컵도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와 경합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폴란드 멕시코 아르헨티나는 나름대로 장점이 있지만 한국이 경쟁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치활동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2010년 세계박람회는 BIE 역사상 가장 많은 6개국이 유치를 신청했고 그만큼 역대 어느 박람회보다 유치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BIE가 FIFA나 IOC와 달리 정부간 기구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조심스러운 유치 교섭을 전개해야 합니다. 그저 열심히 뛰어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간 관계와 국익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지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범국민적인 유치 의지를 확산시키는 한편 BIE 회원국에 대한 유치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민.관 합동 유치 사절단을 수시로 파견하고 신문 방송 인터넷 등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국민적 유치 열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강력한 홍보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6월에 열리는 월드컵을 해외 홍보에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박람회 유치를 위한 구체적인 투자계획은 어떻게 결정됐습니까. "우선 정부 예산으로 2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이미 잡아 놓았습니다. 오는 12월 유치가 확정되면 성공적인 박람회 개최는 물론 고용유발 등 부대 효과를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것은 앞으로 좀더 검토해 나가야겠지요"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