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아침 7시30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아침마당" 스튜디오.방송시작 1시간 전인데도 스튜디오 안은 시끌벅쩍하다. 미리 입장한 주부 방청객들이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느라 부산하다. 얼마 후 객석담당 김혜인 실장이 들어선다. "자아 두꺼운 겉옷은 벗고 키 작은 분이 앞줄에 앉으세요. 저기 검정색 겉옷 입으신 분은 맨 끝에 앉아 주세요" 김 실장의 안내에 따라 자리가 결정되자 주부방청객들은 출연자들만큼이나 자신들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화장을 고친다. 잠시 뒤 김 실장이 그날 방송내용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방송 시작 10분전.방청객은 자리를 움직일 수 없고 스튜디오는 바쁘게 움직이는 제작진들로 인해 긴장감마저 감돈다. 드디어 방송 시간인 오전 8시30분.생방송 "아침마당"이 진행자의 인사와 이에 답하는 방청객들의 박수로 시작된다. 방청객들의 활약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출연진들이 나올 때마다 박수로 환영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시원하게 웃어준다. 슬픈 사연이라도 전해지면 눈물을 글썽 거린다. 방청객들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모습을 노련한 카메라감독들은 귀신같이 잡아내 TV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준다. 어느덧 1시간이 지나 진행자는 내일 방송을 예고하며 방송을 끝마친다. TV모니터에 광고가 뜨자 방청객들도 자리를 일어나 스튜디오 한 구석에 있는 소지품을 챙긴다. 그리고 그날 출연료를 받아 집으로 향한다. 주부방청객의 세계=이제 방청객은 많은 교양.예능 프로그램의 한부분을 구성하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방청객의 웃음과 함성에 따라 제작진의 흥이 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주부방청객들은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아침 교양방송의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구성요소다. 이들이 호응하는 만큼 시청자들도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것. 주부방청객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으로는 각 방송사의 아침 교양.예능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홈쇼핑 채널의 경우 식료품 건강식품 건강제품 등을 판매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육아 교육 의료 관련 전문채널들에서도 주부방청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보통 방청객들은 녹화시작 1시간 전에 스튜디오에 모인다. 혹시 못오는 사람이 있을 경우 자리 배치를 다시 해야하기 때문이다. 방송사측에서는 이렇게 모인 방청객들을 대상으로 그날 방송내용에 대해 설명한다. 방송이 끝나면 출연료를 챙겨서 가면 된다. 녹화방송의 경우 보통 6천원 정도가 지급되고 아침 생방송이나 저녁 녹화방송은 이보다 많이 준다. 홈쇼핑은 1만원정도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청 아르바이트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하루에 2~3개까지 할 수 있지만 매일같이 이런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다. 방청 아르바이트 하는 법=방청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선 해당 프로그램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방청 방법을 알아보면 된다. 이 경우 대부분 방청객 동원업체들의 연락처를 알려준다. 방송사는 방청객을 직접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방청객을 전문적으로 동원하는 업체에 의뢰하고 있다. 방청객 동원업체들도 전혀 모르는 사람을 받기보다는 기존 회원들의 소개로 온 사람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 경우 갑자기 방송에 빠지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라도 동원업체에 신뢰감을 준다면 좀더 많은 방청 기회가 생긴다. KBS의 "가족오락관"과 같이 단체 방청을 뽑는 경우엔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는다. KBS "이소라의 프로포즈" "개그 콘서트" 등과 같은 인기 프로그램 역시 인터넷으로 방청객을 선정하고 이 경우엔 특별히 주는 돈은 없다. 어떤 사람에게 어울리나=특별한 자격조건이 필요하지는 않다. 20~40대의 반듯한 외모를 가진 주부면 누구나 가능하다. 단 무엇보다 방송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야한다. 들이는 시간에 비해 수입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에 방송 내용을 즐기지 못하면 견디기 힘든 아르바이트다. 또한 방청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선 시간 관념이 철저해야 한다. 방송은 시간 약속이기 때문에 한번이라도 약속을 어긴 사람이라면 그 다음엔 방청기회를 얻기 어렵다. 특히 녹화방송의 경우 다소 기다려야 하는 일도 있고 NG가 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참을성도 있어야한다. 방청 아르바이트의 장점=주부들은 주로 주부교양 프로그램을 방청하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많은 상식을 배울 수 있다. 대부분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주부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강의하는 경우가 많아 실용적이다. 방청 아르바이트는 주부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도 한다. 아침 교양.예능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재미있고 신나게 방송을 이끌어 나간다. 촬영내내 한바탕 웃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가끔 남편에게학대받는 아내나 불우한 환경의 주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기도 한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