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자 < 환경부 장관 >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지구환경정상회의의 건의에 따라 유엔(UN)이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을 정한지 어느덧 10년이 됐다. 올해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물(Water for Development)'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 세계가 이 날을 기리고 있다. 그동안 물 문제를 풀기 위해 이렇게 기념일까지 정하고 세계적인 운동을 전개해 왔지만 물 부족과 오염이라는 이중적 고난은 도무지 해결되는 기미가 없다. 아니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편이 맞다. "20세기가 석유로 인한 분쟁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 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세계은행의 경고가 예사롭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생명체의 기원은 물 속에서 태동됐다. 우리 몸의 70% 이상이 물로 구성돼 있고 지구 표면의 물의 비율도 그와 비슷하다는 사실이 결코 우연 같지 않다. 우리 몸은 12% 정도의 물을 잃으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인간의 우주탐사에서 달이고 화성이고 간에 물의 존재 여부가 최대 관심사인 것은 그것이 바로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물은 지천인듯 느껴진다. 하지만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담수(淡水)는 지구상 물의 극히 일부로서 0.01%도 못된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더불어 산업화.도시화가 진전되면서 물 사용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가운데 지구촌 곳곳에서 홍수와 가뭄으로 대규모 재난이 줄을 잇고 있다. 엎친데 덮친다고 수질오염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유엔의 1998년 보고서에 따르면 물 부족과 오염에 고통받는 환경난민의 수가 2천5백만명에 달해 드디어 전쟁난민의 수를 넘어섰다고 한다. '21세기 세계물위원회'는 30억명의 인구가 위생급수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수인성 질병으로 매일 5천명의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통계를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 평균치의 1백30%에 달하지만 인구 밀도가 워낙 높아 1인당 강수량으로는 세계 평균치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우리가 상수원으로 의존하고 있는 전국 4대 강 수계는 난개발과 산업화로 인한 갖가지 오염으로 병들어가고 있다. 이제 물 문제는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인으로까지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물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사전예방 기조를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전국 4대강 수계 물관리 특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수변구역의 지정은 물론 세계적으로 드물게 오염총량관리제를 의무화하는 조치까지 도입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물관리정책의 성패는 그 내용의 실천여부에 달려 있고 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민 모두가 자기의 몫을 충실히 할 때 성공할 수 있다. 물은 대체할 수 없는 생명자원이다. 우리 모두 더 늦기 전에 물 살리기, 물 아끼기에 함께 나서야 한다. 빗방울이 모여서 큰 강과 넓은 바다를 이루듯이 우리 모두의 작은 실천이 물 살리기라는 큰 일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물 절약 홍보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로 전국 규모의 물 관련시설 대청소작업도 전개되고 있다. 깨끗한 물을 넉넉하게 확보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물을 살리고 아끼는 습관을 몸으로 익혀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