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명산의 고로쇠 나무 등 거목들이 무분별한 樹液(수액) 채취에 비틀거리고 있다. 몇년 전부터 지리산 등 남부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고로쇠나무 수액 채취는 신경통,위장병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전국의 거의 모든 명산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수액 판매가 상당한 소득원이 되면서 곳곳에서 산림청의 허가없이 무분별하게 나무에 구멍을 뚫어 채취에 나서는 바람에 나무가 고사하는 등 각종 문제를 낳고 있다. 특히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로쇠 축제까지 경쟁적으로 열어 무분별한 고로쇠채취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들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 지리산 일대에서는 이른 봄을 맞아고로쇠 수액 채취가 당국의 지침을 어긴 채 비위생적이며 과도하고도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리산 뱀사골 일대 등에서는 산림청의 지침을 무시한 채 무려9개의 구멍이 뚫린 채 수액을 채취당하는 나무가 있었으며, 채취 편의를 위해 못이마구 박힌 나무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강원도 태백시 함백산(해발 1천573m) 거목들도 무분별한 고로쇠 수액 채취로몸살을 앓고 있다. 태백경찰서는 이달 들어 함백산 일대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다 적발된 산림법 위반 사건이 3건에 이르며 이들 채취꾼은 수액 채취를 위해 고로쇠 나무는 물론단풍나무, 자작나무 등 함백산 일대에 자생하는 수령 20년 이상된 거목들을 마구잡이로 훼손시키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그루당 적게는 몇개에서 많게는 수십개까지 구멍을 뚫어야 수액채취가 가능하기때문에 채취꾼들의 손을 거친 나무는 말라죽기 까지 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불법 고로쇠 수액 채취꾼들의 손길은 제주도 한라산 자락까지 뻗치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 대포.중문동 일대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해발 700m인 서귀포자연휴양림 서쪽 대포동 산 1의 6 일대 국유림과 중문동 산 2 일대 사유림 등에 고로쇠 채취업자들이 몰려들어 허가도 받지 않고 불법으로 수액을 채취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는 수액 채취를 위해 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고무호스를 연결해 놓은 시설이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으며 150여그루의 자생 고로쇠나무가 불법 수액 채취로 훼손됐다. 경북지방경찰청도 지난 18일 허가없이 고로쇠 수액을 무단 채취한 혐의(산림법위반)로 김모(59.부산시 해운대구)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 조사중이다. 김씨 등은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7일까지 경북 경주시 산내면 대현리 속칭 문복산에서 지방 산림관리청의 허가없이 20년생 고로쇠나무 200여 그루에 구멍을 내고수액 1천ℓ를 채취하는 등 문경, 경산, 성주, 김천 일대에서 불법으로 수액을 채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산림법에는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수액 등을 불법으로 채취할 경우 7년 이하 징역에 처하거나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돼 있다.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 마용운간사는 "마구 구멍을 뚫는 불법적인 수액채취는나무에 심각한 훼손을 유발하며 채취 이후 소독 등 사후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나무를 고사시키는 등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까지 고로쇠 수액의 효과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전통 한의학에서도 고로쇠의 수액은 물론 나무를 한약재로 쓰지 않는다"며 "고로쇠 수액을 사먹는 소비자들도 수액 채취행위가 나무와 생태계에 미치는악영향을 고려하여 구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류일형.홍정표.이종민.배연호.이덕기기자 = ryu625@yna.co.kr jphong@yonhapnews.co.kr ljm703@yna.co.kr byh@yna.co.kr duck@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