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남편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떠나 보낸 부인 변중석(邊仲錫.82) 여사는 13년째 길고 긴 투병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3월 21일 정 회장이 서울중앙병원에서 급성 호흡부전증으로 타계했을 때도 변 여사는 같은 병원 18층 병실에 누워 있었다. 변 여사는 지난 90년부터 지병인 심장병.고혈압에 뇌세포의 특정 부위가 파괴되면서 운동장애는 물론 기억력 상실, 사고능력 마비로 이어지는 희귀한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도 지난 2000년 7월 이후 건강이 악화돼 이 병원에서 장기요양하면서 아내를 자주 찾았고 병세가 깊어진 뒤로는 아내 병실 쪽을 바라보며 "보고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것이 주변의 얘기다. 그는 자서전 `이땅에 태어나서'에서 변 여사를 "나처럼 농촌에서 자란 사람이고 열여섯살에 시집와 평생을 살면서 변함없이 똑같았던 사람"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이같은 남편의 `늦깎이' 애정에 보답하듯 변 여사는 생명을 이어오고 있으며 며느리들이 내리 사랑에 인색하지 않았던 시어머니를 보살피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변 여사는 지난해 정 회장 사후에는 남편이 묻혀 있는 경기 하남시 창우리 선산을 유산으로 물려받기도 했다. 한편 변 여사는 남편 생전에도 재벌가의 안주인에 어울리지 않게 검소하게 생활하며 외부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하게 내조해 재계에서는 조강지처(糟糠之妻)의 표본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keykey@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