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때부터 영어를 구사하는 등 신동으로 통하던 10대 소녀가 대학입학을 눈앞에 두고 마약복용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지검 마약수사부는 12일 A(17)양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양은 작년부터 올해초까지 7차례에 걸쳐 서울 신촌과 압구정동 클럽 등에서 엑스터시와 대마초, 마약의 일종인 `해시시' 등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교사출신으로 영어학원을 운영하던 어머니 영향 때문인지 세살 적부터 영어와 우리말을 능숙하게 구사해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어학능력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총기가 넘쳐 '천재소녀'나 '신동'으로 통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그러나 IMF 위기가 찾아오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명문대 출신으로 대기업 간부이던 A양의 아버지는 실직을 한 뒤 사업에 손을 댔지만 곧바로 실패했고 어머니와 불화도 잦아지면서 이혼이라는 파국을 맞았다. 또래에 비해 똑똑했던 A양은 학교생활이 재미있을 리 없었고 "배울 게 없다"며 초등학교 졸업 뒤 2년만에 중.고교 과정 검정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 그러나 A양은 학교에 가지 않게 되면서 밖으로 다니는 시간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외국인이나 유학생들과 어울리게 됐다. 이 때 외국에서 들어와 최근 퍼지기 시작한 엑스터시를 알게 됐고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손을 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려움은 곧 사라졌다. A양은 유학생 등과 함께 신촌과 압구정동 클럽 등을 전전하며 '레이브 파티'를 벌였고 작년 11월에는 동남아에 놀라가 대마초를 피우기도 했다. 특기를 살려 20여명을 모아놓고 영어를 가르쳐주고 한달에 200만원씩 받는 돈을 비용으로 충당했다. 수사 관계자는 "A양은 최근 대입학원에 등록해 입시를 준비하던 중 마약복용 사실이 드러났다"며 "미군보다 영어를 잘할 정도로 똘똘한 아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