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9시 명지대 본관 시청각실. 취업 관련 강좌인 '진로선택 교육' 수업이 한창이다. 수강생들의 절반 이상이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2002학번 새내기들. 1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이 비좁게 느껴질 정도로 학생들이 꽉 들어찼다. 신입생들을 위한 취업강좌가 개설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학생들이 너도나도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수강신청을 미처 하지 못한 학생은 아예 강의실 뒤쪽에 간이의자를 펼쳐 놓고 앉아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명지대 취업정보실 관계자는 "학생들이 워낙 많이 몰려 수강신청을 받은 지 한 시간 만에 정원이 찼다"고 귀띔했다. 박원근씨(20.중어중문학과 2002학번)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취업난' 소리를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며 "내 적성에 맞는 평생 직업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받으려고 신청했다"고 말했다. 대졸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새 학기 대학가에 취업 관련 강좌가 잇달아 개설되고 있다. 단발성의 특강이 아니라 아예 정규과목으로 채택되고 있다. 취업을 눈앞에 둔 3.4학년생은 물론 신입생들마저 캠퍼스의 낭만을 채 맛보기도 전에 취업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 취업강좌 정규과목으로 정착 =조선대는 올해 2학점짜리 '진로교육'이라는 교양강좌를 전학년 대상으로 개설했다. 수강 정원은 약 3백여명인데 청강생까지 합쳐 평균 3백30∼3백50여명까지 몰린다는 게 대학측 설명이다. 한양대도 지난 98년부터 '여성과 직업'(전학년 대상.2학점)이라는 취업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2백여명 수강 정원으로 주로 여학생들을 위한 강의이지만 요즘에는 취업난을 걱정하는 남학생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홍익대가 이번 학기에 개설한 '직업과 취업'(1학점) 강좌도 원래 수강 정원은 3백20명이지만 학생들이 몰려 3백50명까지 늘어났다. 이밖에 영남대가 개설한 '진로선택과 취업준비', 전주대의 '직업과 선택', 우석대의 '진로선택과 취업' 강좌에도 수백명씩 몰려들어 대졸 취업난을 방증하고 있다. ◇ 실전형 커리큘럼 인기 =강의 내용이나 커리큘럼도 '실전형'으로 꾸며져 알차다. 취업 강좌는 보통 '옴니버스'형으로 이뤄진다. 즉 하나의 강의과목에 담당 교수를 비롯 대기업의 인사 실무자나 취업 컨설턴트 등 10여명의 강사들이 돌아가며 강의하는 것이다. 강사들은 유망 직종을 소개하거나 채용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른 대책 마련, 취업정보 분석, 적성에 맞는 직업 선택, 채용서류 및 취업시험 준비 요령, 면접 요령, 발표능력 계발 등을 강의한다. 홍익대 취업정보실 관계자는 "외부에서 전문인력을 초빙해 강의를 진행하다보니 현장감 있는 강의가 이뤄진다"며 "눈높이를 낮춰라, 상시채용에 촉각을 곤두세워라 등 취업을 위한 실무형 강의로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