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하는 기업 환경을 법이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예를들어 운송업법은 아직도 우마차 시대의 법 그대로여서 업계에서는 약관을 더 중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이같은 법과 현실의 차이를 줄여나가기 위해 관련법률안 제·개정에 일조할 생각입니다" 최근 한국상사법학회장으로 취임한 이기수 고려대 법대 교수(57)는 "한국의 상법이 제정된지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회장에 취임하게 돼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며 "상사법 발전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상사법학회는 교수와 법조인 5백여명으로 구성된 단체로 학술연구발표나 상법개정을 위한 각종 제안작업을 펼치고 있다. 학회장을 맡은 후 발걸음이 바빠진 이 회장은 우선 독일 영국 미국 등 법률 선진국의 상법관련 서적 번역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법의 근간이 되고 있는 대륙법을 소개,법 해석을 강화하고 신진 학자들이 새로운 지식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오는 9월에는 미국 일본 등의 세계적 법학자들 초청, '한국 상법의 과거·현재·미래'란 주제로 상법제정 40주년기념 국제학술세미나도 계획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적재산권법,국제거래법,상사법,경제법 분야에 정통한 학자로 지난해 7월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제32회 한국법률문화상'을 수상했다. 이어 12월에는 독일의 알렉산더 폰 훔볼트 재단이 수여하는 '훔볼트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이 상은 인문·자연과학분야에서 국제적인 업적을 인정받은 학자에게 주는 것으로 한국에서는 이 회장이 첫 수상자다. 법학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이 회장의 젊은 시절 꿈은 뜻밖에도 철학자였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철학과를 지원하려다 선생님의 만류로 법학을 전공하게 됐다. "철학과 출신인 제 담임 선생님께서 철학은 밥 굶기 좋은 학문이라며 말리셨습니다. 그 바람에 제 인생이 바뀐거죠(웃음)" 그는 지난 86년 국제라이온스클럽에 가입,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강연료 인세 등을 모아 동아꿈나무재단과 모교에 4천여만원의 성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퇴임후에는 봉사활동에 좀더 많은 시간과 여력을 쏟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법학자로서 이 회장의 최종 목표는 경제관련법을 하나로 묶은 '기업법'을 총정리하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상법이 상인 중심에서 기업과 소비자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며 "소비자 보호법과 기업법을 집중 연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