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의 철근제품은 건설현장에서 인기 1위다. 제품 하자가 전혀 없고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이름나 있다. 이같은 명성은 동국제강 근로자들의 손끝에서 빚어져 나온다. 책임을 다하는 근로자들의 뒤에는 '어머니' 같은 김재업 노조위원장(46)이 있다. 지난 89년 노조 설립 당시부터 김 위원장은 합리적인 노조활동을 통해 노사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는데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 하나가 있다. "임금인상은 물가와 회사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단체협약사항은 공장별 협의사항인지 전체 단체협약 내용인지 구별하는 한편 공장별 노사협의 결과는 근로자 본인에게 바로 통보한다"는게 그것이다. 김 위원장은 현장순회를 자주 한다. 철강공장의 특성상 산재를 항상 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현장 근로자들의 진솔한 소리를 듣고 노조활동에 반영하려 애쓰고 있다. 조합원간 의사소통은 막힘없이 흐르며 모아진 의견들은 회사측과 수시로 면담 테이블을 만들어 문제가 누적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노조의 제품 품질향상 노력도 유별나다. 회사측과 합의해 기능직 사원들을 가와사키제철소나 NKK 등 일본 유수업체에 보내 앞선 기능을 익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결과 동국제강의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 업체들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의 이같은 노력은 97년 포항공장 준공후 밀어닥친 IMF사태를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당시 사원들은 인위적인 인력감축을 자제하는 대신 휴가비 반납, 정기승급 유보 등 앞장서 자구안을 내놓았다. 노조도 조합비 50%를 사원들에게 되돌려 주는 희생 정신을 발휘했다. 덕분에 강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었고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동국제강 노조는 지난 94년 항구적무파업 선언을 한 이후 파업 등으로 인한 조업차질을 단 1분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측이 경영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사 동반자 인식을 확고히 해야 근로자들도 회사를 믿고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에 최선을 다하는 발전적인 노사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