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예방을 위한 인터넷의 `안티-자살사이트'에서 자살을 모의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3일 경북 포항에서 동반자살을 기도한 남녀 3명은 인터넷의 안티 자살 사이트에서 만나 e-메일을 주고 받았었다. 안티 자살 사이트를 자살 모의를 위한 토론방으로 역이용한 셈이다. 정신과 의사가 지난해 자살 사이트가 사회문제화되자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이사이트를 개설한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이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400여명 중 어림잡아 절반 이상이 오히려 자살을 자극하는 글들을 올려 놓고 있다. 네티즌 `다이'는 "고통없이 가는 약 구합니다"라고, 네티즌 `김유라'는 "16세여잔데 사는게 지겹다. 정말 힘들다"라는 글을 각각 올려 놓았다. 또 네티즌 `비밀'은 "5월 5일 죽으려고 합니다"라고, 네티즌 `....'는 "고통없이 죽는 약 구합니다"라고, 네티즌 `이지영'은 "그냥 죽고 싶다. 정말 살 가치가 없다"라고 각각 적었다. 다른 안티 자살 사이트에도 한 네티즌이 "존재 가치를 몰라...살아갈 이유는"이라고 적었다. 대구 기독교문화연구소장인 김대진(42) 목사는 "자살이든 안티 자살이든 인터넷자살 사이트는 자살 충동을 부추길 수 있어 국가 정책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성직자.의료진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살 충동적인 발언을 말리는 글들도 눈에 띈다. 네티즌 `천사'는 "희망을 가져라"고, 네티즌 `김민정'은 "주님 안에서 사랑을"이라고 올려 놓았다. 네티즌 `박정규'는 "홈페이지의 메뉴가 복잡하다. 장난 글을 구분할 수 없다"고지적하기도 했다. 안티 자살 사이트에는 상담실은 물론,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많은 글과 사례들이 있지만 이번에 자살을 기도한 남녀 3명에게는 무용지물이었던 것 같다. parksk@yna.co.kr (대구=연합뉴스) 박순기.김용민기자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