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한국에서 북한과 대화를 촉구하고 전쟁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으나 "현재로서는 해답보다 의문점을 더 남겼다"고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시 `악의 축' 발언에서 후퇴하고 있나'라는 제하의 서울발 분석기사에서 많은 한국인들은 부시 대통령의 대북대화 촉구가 진심인지 아니면 초청국에 대한 정중한 제스처에 불과한 것인지 의아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가장 근본적인 의문점은 부시(발언)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가에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3주 전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을 이란.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했지만 20일 비무장지대(DMZ) 시찰 중에는 놀랄 정도로 온순했으며, 심지어 태도가 부드러워지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대결이 아닌 대화를 제의했고 무력이 아닌 선의의 제스처로 얘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LA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은 1년 전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거리를 두는 것 처럼 보여 그를 당혹스럽게 했다며 전문가들과시민들 사이에서는 부시의 서울 발언이 초청자인 김 대통령에 대한 공손한 제스처였는지 아니면 종전 입장을 바꾼 것인지가 '큰 의문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부시 대통령의 대화 발언으로 '악의 축' 표현 이후 고조된 한반도 긴장이 어느 정도 진정됐으나 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해체와 DMZ배치 병력 철수, 정치탄압중지를 요구해왔기 때문에 이번 방한 중 발언이 미북 대결 위험의 해소를 의미하는지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미국이 대화를 제의하면서도 북한을 위협할 수 있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안보담당 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의 동북아 3국 순방 하루전에 기자들에게 "우리는 북한 정권에 관한 진실을 분명히 말하면서 대화 가능성도 열어두는 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미국이 북한 지도층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반면 협력 대가로 북한에 제공할 유인책은 제한돼 있기 때문에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부시의 대화 제의를 수락할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대북특사 파견 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이는 등 북한의 협상 복귀 방안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김 위원장을 난처하게 만들었으며 북한은 미국이 진정으로 대화할 의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한편 LA 타임스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방미를 초청하는 등 양국 접촉을 확대키로 합의했으나 중국의 대미관계에는 희망과 우려가 혼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미중관계가 중국의 반테러전 지지로 개선되는 등 소위 '3 C'로 요약되고 있으나중국은 미국의 세계 지배력이 작년 9.11 테러사건 이후 더욱 강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을 맞는 웃음과 악수 뒤에는 제4의 'C' 즉, '대경실색'(consternation)이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