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대의 스프츠잔치 월드컵대회가 1백2일 앞으로 다가왔다.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최대의 국제 행사로 이 땅에서 열리는 월드컵대회는 호스트인 우리에게 다양한 의미와 과제를 던지고 있다. 서울올림픽이 '개도국 졸업식과 중진국 입학식'이라는 의미를 지녔다면 월드컵대회 개최는 한국이 '선진국 클럽'에 이름을 올릴만한 저력을 갖췄는지 테스트하는 종합시험장이랄 수 있다. 대회기간중 5대양 6대주의 말 다르고 피부빛 다른 사람들이 서울과 지방도시에서 묵으면서 우리의 생활일상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개중에는 한국에 투자하려는 다국적 기업인도 있을 것이고 남북한을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려는 외국관광회사 직원도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선 관광과 투자유치 등 경제적인 파급 효과는 물론 시민 정서를 '글로벌화'하고 도시생활의 질서와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호기로 활용할 수 있다. 월드컵 개최 도시를 순회하면서 준비상황 등을 들어본다. ----------------------------------------------------------------- [ 만난 사람 = 이동우 < 사회부장 > ] 월드컵 개최 도시 10곳 가운데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어느 도시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전세계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개막전이 열리는데다 수도이기 때문이다. 지방 도시에서 열리는 자국팀의 경기를 보러온 외국인도 상당수가 서울을 거쳐갈 것이다. 그런 만큼 서울은 월드컵개최국 한국의 '얼굴'이나 다름 없다. 고건 서울시장으로부터 월드컵을 계기로 서울은 어떤 비전을 구체화할 것인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1백여일 남았는데 어떤데 가장 역점을 두고 준비작업을 하는지. "도시의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도로표지판, 공중화장실부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일이다. 서울에 온 월드컵 손님들이 '화장실이 깨끗하고 편리하다' '간판이나 표지판이 질서정연하고 시각적으로 멋있다'는 첫인상을 받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월드컵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구체적으로 접근한 결과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타임'지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서울의 화장실 개혁을 칭찬할 정도가 됐다. 도로표지판의 색깔을 파란색에서 녹색으로 바꾸는 작업도 법규정을 놓고 건교부와 일부 마찰이 있지만 70% 정도 마무리됐다. 지금까지 잘 안풀리는 문제가 간판 정비작업이다. 업소 주인들이 서로 간판을 눈에 잘 띄게 하려고 경쟁하다 보니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각종 간판의 외국인 안내기능도 아직 멀었다. 업주들이 간판에 영어나 한자 표기를 희망한다면 시가 무료로 서비스해 주는 방안을 추진할 생각이다. 중국 관광객을 배려한 한자 병기는 필수라고 본다" -'간판 정비와 영업실적의 상관관계'같은 실증적인 연구를 내놓고 업주들을 설득해보는 현실적인 접근은 어떨지. "시는 매년 디자인이 좋은 간판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업주들의 자율정비를 독려하고 있는데 그런 작업도 아주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과 공동 추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당장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현장조사와 연구를 의뢰하겠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월드컵 준비상황을 공동 개최국인 일본과 비교한다면. "경기장 같은 '하드웨어'는 나무랄게 별로 없다. 경기장 시설은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경기장 내에 지하철역이 있는 곳은 상암구장이 세계에서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기초질서 의식 등 '소프트웨어' 측면은 일본에 비해 아쉬운 점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남은 기간에 우리가 보다 분발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월드컵을 1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서울 도시발전의 계기로 활용할 어떤 계획이 있는지. "상암구장 주변에 조성되는 밀레니엄시티가 바로 그런 문제의식의 산물이다. 2010년쯤 완공될 밀레니엄시티는 첨단 정보산업단지와 친환경적인 주택단지가 어우러진 서울의 미래상을 상징한다. 밀레니엄시티의 핵심인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는 세계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 MIT대학에 의뢰해 도시설계 등 세부계획을 마련 중이다. 특히 상암구장 옆 수색역을 지나는 경의선이 복원되면 DMC는 일본-부산∼서울∼평양-중국∼시베리아∼유럽을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철도)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환태평양경제권과 대륙경제권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부각될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월드컵 때 전 세계 주요 기업의 CEO(최고경영자) 50여명을 초청해 DMC의 이런 장점을 설명할 방침이다" -월드컵 홍보효과가 중소기업에 좀더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월드컵 기간에 마케팅을 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하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이 중시되는 오늘날의ʼn퓻【??중소기업들이 서로 협력한다면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다. 시는 서울지역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해외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위해 잠실 중소기업제품 전시판매장에 '월드컵유망상품 전시판매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중소기업청과 협의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들의 중국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한.중무역상담회'를 개최하고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에 투자.통상사절단을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월드컵을 전후해 '월드컵 우수상품 박람회'와 '벤처박람회'도 열겠다" -외국인 숙박에는 문제가 없을까. "현재 3만9천여 객실이 확보된 상태다. 앞으로 1만 객실 정도를 더 마련할 계획이다. 외국인의 하루 숙박 수요는 3만7천여실 정도로 추산되는 만큼 객실은 충분할 것이다. 또 시설이 좋은 중.저가 여관 4백30곳을 '월드 인'으로 지정해 예약.통역 시스템을 설치토록 했다. 외국인이 한국 가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민박도 3천5백가구 섭외해 놨다. 이 가운데 7백가구는 중국인 전용인 '니하오마 홈스테이'다. 관광대책은 '장소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대문시장은 중국 등 아시아 관광객을 겨냥해 한류문화 활성화의 본거지로 만들 예정이다. 홍대지역은 20,30대 미주.유럽 관광객을 타깃으로 고급카페.클럽문화를, 연희.연남동은 지역내 화교 공동체를 활용한 중국인 전문상가를 각각 육성할 계획이다" -인천 등 다른 수도권 개최 도시와의 공조는 어떤가. "수도권은 사실상 단일 생활권이다. 한 지역의 교통혼잡이나 환경오염이 다른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서울시는 인천, 수원, 경기도와 함께 월드컵 기간에 시민들의 자동차 2부제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정리=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