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12월 남한으로 귀순했다가 아내를 데리고 오기 위해 2000년 6월 재입북했던 유태준(34)씨가 극적으로 탈북에 성공,지난 9일 재입국한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유씨는 재입북하자마자 북한당국에 붙잡혀 감옥살이를 하던중 18개월만에 기적적으로 다시 단신 탈출하여 남쪽에 있는 어머니 안정숙(60)씨 등 가족들을 20개월만에 만났다. 북한서 다시 돌아온 유씨는 지난 9일 입국 즉시 관계기관으로부터 이틀간 재입북과 재탈북 경위 등에 관해 집중 조사를 받은 뒤 11일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그는 남북 분단이후 북한을 탈출, 남한으로 입국한 뒤 재입북→재탈출→재입국에 성공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유씨는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작년 11월 10일 평양의 국가안전보위부 감옥을 탈출하여 같은달 30일 압록강을 건너 중국 지린(吉林)성 장백시에 도착했다"며 "같은해 12월 3일 중국 당국에 체포돼 대한민국 국민임을 주장해 지난 9일 강제추방됐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1월15일 북한에서 재판을 받아 32년형을 선고받고 탈북때까지 청진국가보위부 정치범 교화소에 수감됐다가 평양 보위부 감옥에 갇혀 있었다"며 "보위부 담에 설치된 전기 철조망에 수영복을 걸쳐 안전하게 한 뒤 탈출, 평남 순천까지걸어가 무산행 기차를 타고 량강도 혜산에서 압록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해 북한 관영 언론 매체와 가진 두 차례 기자회견과 관련, "작년 5월7일 청진 교화소에서 평양으로 이송돼 대남연락관 초대소에서 중앙당 연락소 공작원에게 교육을 받았다"며 "이들은 22쪽짜리 원고를 주면서 외우도록해 같은달 30일기자회견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8월4일에는 인민문화궁전으로 데리고가 기자회견을 조작, 촬영까지 했고 기자회견장에는 북한 공작원만 있고 기자는 한명도 없었다"며 "북한은 기자회견을 앞두고는 식사량을 늘리고 머리도 기르게 하는 등 가혹행위가 없었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증언했다. 유씨는 또 방북기간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정상회담이 끝난 후 남한에 대한 얘기가 많았지만 북한주민들은 담담한 반응을 보이면서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남한에 대한 주민들의 동경은 대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위반을 한데 대해 반성하고 처벌도 달게 받을 각오를 하고 있다"며 "남한에 있다는 것 만으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유씨의 어머니 안 씨는 "아들에게 들으니 북한에 있던 친척들이 우리 때문에 떼죽음을 당했다고 한다"며 "이제는 남아있는 가족도 없으니 숨길 것도 없게 됐다"고말했다. 한편 지난 98년 11월 함남 함흥에서 석탄판매소 판매지도원으로 일하다 세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처음 탈북한 유씨는 같은해 12월 남한에 들어와 대구에 정착한 뒤2000년 6월 아내 최정남씨를 데려오기 위해 재입북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언론의 공개처형설이 제기되자 그는 북한언론과 두차례 기자회견을 가졌으며 국내 시민단체를 통해 그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가 공개되기도 했다. jyh@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용훈.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