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학년도 수도권 평준화지역 고교 배정결과의전면 백지화를 불러온 원인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치명적인 오류에 있었다. 선지망 학교군 배정과 근거리 구역 배정의 두 단계로 나눠진 작업과정 가운데 1단계인 선지망 학교군 배정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는 2단계 작업인 근거리 구역 배정 과정에서 일어났다. 1단계에서 지망학교를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의 명단을 모아 구역내 학교군만 추려내 정렬하는 과정에서 지망순위가 뒤죽박죽된 것이다. 프로그램 개발업체인 ㈜3iST 채상훈 시스템개발부 차장은 "지망순위를 압축.정렬하는 과정에서 연산오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자면 1단계에서 지망학교를 배정받지 못한 수원 팔달구 소재 중학교 출신인 A학생의 2단계 배정을 위해 팔달구 구역내 지망학교를 추리는 과정에서 순위가뒤바뀌었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 학생은 구역내에서 가장 먼저 가고 싶어했던 학교 대신 가고 싶지 않았던 학교를 배정받게 된 것이다. 1단계에서 100%를 배정한 부천을 제외하고 수원, 성남, 안양권(과천 의왕 군포포함), 고양 등 나머지 4개 지역에서 모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2단계 배정구역이 5곳으로 나눠져 있는 안양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했다. 구역별로 수요(학생수)-공급(고교 정원)이 맞지 않아 상당수 학생의 구역외 진학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지망순위를 다시 추리는 과정이 훨씬 복잡했고 이 과정에서엉뚱한 배정결과가 속출했다. 이런 식의 전산오류로 학교배정이 잘못된 학생수는 전체 배정대상 4만6천500여명 가운데 38%에 해당하는 1만7천여명 중 상당수로 추산된다. 물론 이들의 배정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연쇄적인 배정혼선이 이뤄졌다고 볼 수 밖에 없어 경기교육청은 결국 '전면 재배정'이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도교육청은 학사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최대한 빨리 오류수정을 거쳐 재배정 작업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설 연휴기간에 철야작업을 해서라도 오는 14일까지 재배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프로그램 오류를 일으킨 3iST사는 지난해 3월 공개입찰을 통해 경기교육청으로부터 6천700만원에 개발과 배정작업을 의뢰받아 작업을 진행해왔다. (수원=연합뉴스) 박기성기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