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눈앞에 다가왔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지를 만날 부푼 기대에 마음은 이미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설 연휴엔 친지를 만나는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건강에 신경써야 하는 시기다. 지루한 장거리 여행, 과음과 과식, 어린 자녀들의 건강,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 증후군...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미리 조심하지 않으면 즐거워야 할 설 연휴가 자칫 고생이 될 수 있다. 장거리 여행이 너무 힘들어요 =설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교통지옥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족히 하루는 잡아야 한다. 오랜시간 좁은 차안에서 갇혀 있으면 흔히 근육긴장, 혈액순환 장애, 두통, 피로, 호흡기 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평소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나 노인들은 장시간 좁은 공간에 앉아 있으면 정맥의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겨 혈전증이나 신체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장시간 차를 타고 갈 경우 적어도 한 시간에 1~2회 환기를 시켜줄 필요가 았다. 특히 두 시간마다 한번쯤 간단한 체조, 심호흡이나 스트레칭으로 신체를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가벼운 대화로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운전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것은 졸음운전이다. 졸음운전을 피하려면 충분한 휴식과 영양공급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고향으로 가기 전날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비타민C가 풍부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극적인 음식과 과식은 졸음을 유발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때 자세는 등받이를 90도로 세우고 엉덩이를 뒤로 바짝 밀착시키는 것이 좋다. 운전대와 거리는 발로 클러치를 밟았을 때 무릎이 약간 굽혀지는 정도가 바람직하다. 멀미가 나요 =장거리 여행을 할 때 멀미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장시간 흔들리는 차안에 있으면 평소 멀미를 잘 하지 않던 사람도 속이 울렁거려 고생하곤 한다. 멀미를 방지하기 위해선 전날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멀미를 막기 위해 굶는 경우가 있지만 배가 너무 고프면 오히려 멀미가 날 수 있다. 따라서 출발하기 앞서 가볍게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다만 차에 타기 직전이나 차를 탄 후 음식을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차안에서 신문이나 책, 휴대용 텔레비전을 보는 것은 좋지 않다. 오히려 잠을 자는 것이 멀미를 예방할 수 있다. 멀미 예방법이 효과가 없는 사람들은 미리 멀미약을 처방받아 사용해야 한다. 한가지 명심할 것은 멀미약은 예방 효과만 있다는 것이다. 멀미가 났을 때 멀미약을 먹는 것은 효과가 없다. 멀미약은 여행을 떠나기 1시간전쯤 복용하는 것이 좋다. 붙이는 멀미약은 흡수에 약 7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전날밤에 붙인다. 약효는 일반적으로 3일 동안 지속된다. 붙이는 멀미약은 그러나 주성분인 스콜라폴라민 때문에 입이 마르거나 졸릴 수 있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워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약을 붙인 손으로 눈을 만지면 눈동자가 커지고 시야가 흐려져 조심해야 한다. 휴~ 너무 많이 먹었어요 =설 연휴엔 평소 먹지 못했던 맛있는 음식이 넘친다. 이것저것 손대다 보면 어느새 과식하기 일쑤다. 과식으로 가장 잘 나타나는 증상은 배탈로 인한 설사다. 설사가 나면 대개 지사제를 먹지만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지사제를 복용하면 몸 속으로 들어간 나쁜 균들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치료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대신 깨끗한 물과 이온음료 등을 충분히 마셔 수분을 보충하면서 균을 빼주는 것이 좋다. 설 연후엔 과식으로 급체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급체에는 위장의 운동을 강화시키는 소화제가 효과적이지만 무엇보다 하루정도 먹지 않고 금식해 위를 비우는 것이 최선이다. 심하게 체했을 땐 소금물을 몇 잔 마시고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 구토를 유발시킨다. 토한 뒤에는 체온이 떨어지므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주스나 스포츠음료로 수분을 보충하도록 한다. 설 연후엔 특히 평소보다 지방과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나 술을 섭취한다. 게다가 떡 부침고기 등 설날 음식은 열량과 콜레스테롤이 매우 높다. 떡국이나 만두국 한그릇은 보통 4백30Kcal이다. 밥 한공기(3백Kcal)보다 열량이 높다. 반찬으로 먹는 갈비찜은 30g이 1백Kcal, 빈대떡 한장은 3백30Kcal이다. 여기에 반주까지 하면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은 4천~5천Kcal에 달해 성인 남자의 하루 섭취 열량인 2천Kcal를 훌쩍 넘는다. 과식을 피하기 위해선 개인 접시에 담아 먹거나 처음부터 너무 많은 음식을 상에 올려 놓지 않도록 한다. 식사를 할 때 대화를 나누면서 골고루 천천히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인 경우 음식을 많이 먹으면 소금기 섭취가 늘어 때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단맛이 나는 식혜, 탄수화물 음식인 밥이나 떡,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기류 등을 섭취할 때 특별히 신경을 쓰면서 평소 식습관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 [ 도움말 주신분 = 세란병원 신경외과 장일태 부원장.내과 이종경 부장.응급의학과 오진호 과장 한림의대 춘천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문유선 교수 울산의대 대전선병원 가정의학과 송정구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