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다양한 먹거리가 넘쳐난다. 평소에 보기 어려운 맛있는 명절음식을 보는 것만으로 배가 부를 정도다. 명절 음식은 맛뿐만 아니라 영양가도 만점이다. 특히 차례상에 올라가는 과일과 나물에 들어 있는 영양가는 숨어 있는 보약이다. 차례음식은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조상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풍부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기회였다. 조율이시(棗栗梨시諡)로 대표되는 차례상 과일에 들어 있는 영양분을 살펴본다. 조(棗) =대추는 예로부터 관혼상제에 빠지지 않았다. 한방에서는 감초와 함께 한약재로 두루 쓰일 만큼 몸에 좋다.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의서에 '위를 튼튼히 하고 비장을 보하며 기운 부족을 낫게 해 온갖 약의 성질을 조화시킨다'고 소개된 대추는 효능이 이미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다. 대추는 겨울철 걸리기 쉬운 소화기와 호흡기 질환에 좋을 뿐 아니라 이뇨작용 강장작용 통증완화 작용이 있다. 비타민 식이섬유 미네랄 등이 풍부해 '대추보고 안먹으면 늙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노화방지효과가 크다. 율(栗) =밤은 가난한 시절 구황식량으로 쓰였다. 3대 영양소는 물론 칼슘과 비타민 등도 풍부해 인체발육 및 성장촉진, 피부미용, 피로회복, 감기예방 등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밤에 들어 있는 당분은 경련을 진정시키고 위장기능을 강화한다. 특히 다른 음식물과 어울려 영양소의 흡수를 돕는다. 최근에는 밤이 성인병 및 기침예방, 신장보호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밤은 그러나 감기나 비만, 산후 조리중 일때와 변비가 심한 경우 삼가하는 것이 좋다. 이(梨) =배는 술을 마신 뒤 갈증 해소에 효과적이다. 숙취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히는 효능이 있어 예로부터 감기가 심할 때 배즙에 생강과 꿀을 섞어 먹었다. 배에는 효소가 풍부해 소화를 돕고 변비를 치료한다. 이뇨작용을 해 부기를 내리는데 효과적이다. 배는 그러나 성질이 차기 때문에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소화가 잘 안되는 수도 있다. 시(諡) =감은 기침 딸꾹질 숙취 각혈 등의 민간요법에 많이 쓰였다. 감의 검은 반점 속에 든 탄닌이란 물질이 모세혈관을 튼튼히 하고 위궤양을 완화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정초부터 술에 거나하게 취했을 때 북어국 못지 않은 숙취해소 효과를 갖는다. 후룩토오스가 알코올을 분해하고 펙틴이 혈액 속 알코올 농도를 낮춰 주기 때문이다. [ 도움말 =안병철 한의원 안병철 원장.에스더 클리닉 여에스더 원장 ]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