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공계가 2002학년도 정시모집 지원율에 이어 1차 최종 등록률까지 역대 최저를 기록, 위기감 속에 심한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해부터 가속화된 이.공계 석박사 미충원사태에 이어 학부 기피현상까지 현실로 나타나면서 이공계 학문후속세대의 심각한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대학원.학부 기피 `이중고'= 서울대 이공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석.박사 과정에서 무더기 미달사태가 속출하면서부터. 전통적으로 경쟁률이 높았던 공대 박사과정은 전기.컴퓨터공학부와 건축학과를 제외한 전 학과에서 미달사태가 발생했고, 자연대는 석.박사과정 모두 미달됐다. 더구나 올해 학부 정시모집 1차 등록 마감결과 서울대 전체 등록률이 86.6%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공대 81.7%, 자연대 81.9%, 약대 63.6% 등 상당수 이공계 모집단위 등록률이 지난해보다 11.2∼23.4% 포인트까지 급감했다. 이에 앞서 간호대와 농생대 사범계열이 미달된 것을 비롯, 공대(1.39대1) 등 자연대 상당수 모집단위에서 원서접수시 지원자수가 1단계 합격자수인 정원의 2배수를 밑돌아 이들 모집단위의 경우 다단계 전형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신입생 학력수준 저하 우려= 이렇게 저조한 지원율과 등록률로 이공계 일각에서는 신입생 학력수준 저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공대만 하더라도 지원자수가 모집정원(694명)의 1.39배(967명)에 그친데다 복수합격자 이탈로 합격생 중 567명만 등록, 타대학의 추가합격자 발표 등으로 인한 추가 연쇄이동을 감안하면 대다수가 추가등록을 통해 공대에 진학할 수 있는 상황. 한 자연대 교수는 "수시모집 지원자들과 비교하더라도 학생들의 학력이 상당부분 뒤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경쟁없이 들어온 학생들이 입학후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최근 몇 년간 쉬운 수능으로 인한 신입생의 학력저하문제로 고민해왔고, 지난해초 신입생을 상대로 실시한 자체 수학(數學)능력시험과 영어능력시험(TEPS)에서 각각 7.7%와 24.4%가 낙제점을 받았다. ◆이공계 기피 원인 어디 있나= 수학과 과목 등 어려운 이과 과목에 대한 기피현상에다 졸업후 진로를 겨냥한 실리주의적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정시모집에서 서울대 의.치대는 물론 고려대 의대(등록률 85.8%)와 경희대 한의예과(93.3%) 등 대부분 의과계열의 등록률이 치솟았으며 서울대 자연계 합격자 중 상당수가 복수합격한 타대학 의과계열로 방향을 틀었다. 모집단위 광역화에 따라 입학후 희망전공 진입 가능성이 한층 불투명해진 것도 이공계 수험생들을 장래가 확실히 보장되는 의.치대 등으로 내모는 데 한 몫 했다는 것이 서울대 이공계 교수들의 진단이다. ◆대책 마련 부심= 이처럼 안팎으로 위기의식이 고조되자 자연대, 공대 등은 학문간 연계 강화와 수업의 질 개선 등 학부교육 내실화와 대학원 인력지원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고교에서의 이공계 교육 개선과 이공계 졸업자의 진로 확보 등 정부차원의 근본적 대책과 충분한 유인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대학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극히 제한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공대와 자연대, 약대, 농생대 등 이공계 단과대 학장들은 6일 해결방안의 하나로 병역특례제도 개선 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교육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