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노조가 조금만 양보했더라면 회사를 다시 일으킬 수 있었을 텐데..." 노사갈등으로 인해 고통을 겪은 10개 회사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회사, 결국 망했어요'라는 책자가 나왔다. 노동부가 6일 발간한 이 책자는 외환위기 이후 심한 노사갈등으로 좌초한 기업의 눈물과 좌절 등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다음은 유형별 사례. 노조에 알리면 안돼 =염색 업체인 S물산. 임금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사 인근의 한 염직회사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근거없는 얘기였지만 회사측이 명확한 정황 설명을 하지 않았기에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후 근로자들은 회사 말이라면 덮어놓고 믿지 않게 됐고 이러한 노사불신은 결국 폐업으로 이어졌다. 노조는 무조건 안돼 =건설회사로 출범한 H사는 식품업종으로의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하지만 사업확장을 도모한지 1년4개월 만에 새로 인수한 공장중 한곳을 폐쇄해야 했다. 회사 인수 후 노조가 생기면서 '80년 무노조 원칙'을 지키던 경영주와 극심한 대립이 시작된 것이다. '노조는 안돼'라는 경영진의 노조 혐오증이 결국 비극을 불렀다. 내가 먼저 살아야 돼 =필기구 전문업체인 M사는 신제품 개발에 따른 자금난으로 경영위기에 맞부딪쳤다. 회사측은 최후의 카드로 해외 매각을 추진했으나 노조측은 체불임금 청산, 고용승계 없는 해외매각을 반대했다. 강성 노조에 대한 부담으로 해외업체와의 매각 협상은 결렬됐고 회사는 결국 파국의 길을 걷게 됐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