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무용의 기초를 다진 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崔承喜.1911-?)의 미공개 사진 두 점이 발굴됐다. 화가 강형구(姜亨九.48)씨가 최근 입수한 1936년 발간 일본 잡지 ''국제사진정보(國際寫眞情報)''에는 최씨의 전신 사진 두 점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실려 있다. 하늘을 배경으로 힘차게 춤동작을 연출하고 있는 최승희씨의 사진에는 영어와일어로 ''창공에서 춤추는 최승희의 육선미(肉線美)''라는 당시로서는 다소 선정적이었을 법한 제목이 적혀 있다. 또 작은 글씨로는 "유명한 조선의 무용가 사이쇼키(최승희의 일본어 발음)양이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춤추고 있다. 그녀가 아름다운 팔.다리로 그려내는 선은 얼마나 우아한가"라고 쓰여 있어 당시 세계적 명성을 누리던 최씨의 인기를 실감케 하고있다. 정병호(75) 중앙대 명예교수는 이 사진들에 대해 "일제시대 최승희가 주역으로출연한 영화 「반도의 무희」에 나오는 한 장면으로 야외 무용하는 포즈를 찍은 것으로 생각된다"며 "나도 이 때의 사진 4-5장을 가지고 있지만 이 사진들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최씨의 미공개 사진이 계속 발굴되고 있는 데 대해 "최승희는 우리 나라 예술가 가운데 가장 사진을 많이 찍은 사람으로, 이는 최승희가 관객을 흡수하기 위해 공연 전 사진을 많이 찍어 판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방공연 전 사진판매량으로 흥행 성적을 예측하거나 공연 일수를 정하기도 했으며 공연 때는 공연장 복도에 무용사진 전람회를 개최하기도 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이 화보는 베를린 올림픽 대회가 끝난 지 보름만인 1936년 9월 1일 발간된 것으로 ''올림픽 특집호''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며, 올림픽 사상 최초로 그리스에서 성화를 채화하는 광경을 담은 모습을 표지에 싣고 있다. 역시 국내에서 첫 공개된 이 컬러 사진은 만국기가 나부끼는 가운데 그리스 여인들이 성화를 채화하는 광경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나치 독일은 베를린 올림픽을 통해 세계 만방에 게르만족의 우수성과 독일의 국력을 과시한다는 목표하에 그리스에서의 성화 채화 행사를 연출했다. 또한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했던 손기정씨가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는 모습도 실려 있는데, 이는 베를린 올림픽 때의 사진은 아니고 그보다 앞서 1935년 11월 도쿄에서 열린 ''전일본 신궁경기대회''에서 우승할 당시의 장면이다. 손씨의 모습을 담은 또 다른 사진은 그가 독일 병사들로 보이는 일단의 젊은이들과 일본 선수 등과 함께 벤치에 앉아 담소하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이 두 장의 사진에는 ''일본,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다''라는 제목하에 "일본은8월 9일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 참가했던 카나구리 이후 25년만의 숙원을 풀었다. 동메달 역시 일본이 땄다"라고 적혀 있다. 미국 수영선수단의 단체사진도 눈길을 끄는데, 베를린으로 떠나기에 앞서 올림픽 출전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 사진에서는 한껏 멋을낸 30년대 미국 여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화보집의 뒷 부분에는 일본의 목가적인 농촌 풍경이나 아낙네들의 모습 등을 담아 대중국 침략이 한창인 가운데 일본의 평화애호적 이미지를 세계에 심으려는 의도가 역력함을 엿보게 한다. 화가 강씨는 "손기정 선생의 얼굴사진 자료를 찾기 위해 헌책방을 뒤지다 이 화보를 우연히 발견했다"고 말했다. happy@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형근.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