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 개복동 윤락가 화재는 여종업원들이 감금돼 있다가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철저한 재조사가 요구된다. 군산시와 경찰.소방서는 29일 화재 직후 합동 공식 발표를 통해 "종업원들이 새벽까지 2층에서 회식을 한 뒤 그 곳에서 잠을 자다 불이 나자 비좁은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뛰어내려 오면서 서로 뒤엉켜 연기에 질식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식 발표와는 달리 종업원들은 2층이 아니라 1층에서 잠을 자다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크며 감금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2층(면적 80여㎡)은 손님 접대 장소로 쓰이는 방 1개와 쪽방 2개, 옷장과 창고등 5개의 방이 있으나 이불 등이 잘 정돈돼 있어 경찰의 주장과는 달리 사상자들이이곳에서 잠을 잔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반면 10개의 방이 있는 1층에는 화재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듯 옷가지와 이불, 화장품 등 생활용품이 방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화재 당시 사상자들이 1층에서 잠을 자다 변을 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공식 발표대로 숨진 여종업원들이 2층에서 잤다면 1층에서부터 유독가스가 올라오는 급박한 순간에 2층의 창문이나 비상 사다리를 통해 탈출하지 않고 일부러불이 번지는 1층으로 뛰어 들기 위해 계단을 내려왔는가 하는 점도 전혀 설득력이없다. 이와 함께 여종업원들이 감금돼 있었을 가능성도 크다. 변을 당한 여종업원들은 1층의 화염을 피해 2층으로 빠져 나가려 했으나 계단끝 2층 거실로 통하는 곳에 설치된 철제문이 잠겨 있는 바람에 다시 계단 아래로 내려오다 뒤엉켜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지적이다. 이 철제문은 2층에서만 열 수 있도록 잠금 장치가 되어있기 때문에 종업원들이 미처 이 문을 열지 못해 2층을 통해 탈출하지 못한 채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특히 2층은 철제문 위 틈으로 새어들어 온 불길에 의해 벽이 그을린 흔적만 있을 뿐이어서 화재 당시 이 철제문이 종업원 감금을 위해 밖으로 잠겨 있지 않았나하는 의혹을 더해 주고 있다. 화재 현장 인근 주민들도 평소 여종업원들이 숙소로 사용하던 곳은 1층이었다고 밝혀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작년 대명동 화재 참사로 경찰관과 소방.행정 공무원 12명이 사법처리된 이후 또다시 대형 참사가 발생하자 군산시와 경찰, 소방서가 이들 기관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고 경위를 발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철저한 사고 원인과 경위에 대한 재조사가 요구된다. (군산=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ichon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