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도발적인듯한 커다란 눈의 여자 앵커가 허리를 꼿꼿이 세운채 그날의 뉴스를 또박또박 전달해준다. 다름 아닌 MBC 뉴스데스크의 김주하(29) 앵커.그의 시원시원한 뉴스 소개는 잠시 딴 생각을 하던 사람들도 TV에 집중케한다. 하지만 외모나 진행이 너무나 완벽해보여 왠지 찬바람이 몰아칠 것만 같다. 2000년 10월말부터 MBC 메인뉴스의 안방마님 자리를 지켜온 그는 "앵커는 그날 일어났던 뉴스를 알기 쉽게 소개하는 시청자들의 친근한 벗이어야 하는데 아직도 저를 차갑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걱정이예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를 만나보거나 친해진 사람들은 입을 모아 "외모와는 달리 털털하다"거나 "남자 같은 성격이 있는지 몰랐다"고 이야기한다. "어려서부터 친구 사귀는 것이 어려웠어요. 제가 가만히 있으면 어느 누구도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갔죠.그럼 다들 제가 못된 아이인 줄 알았다고 말해요. 정말 속상했습니다. 이런 인상을 지우려다보니 저도 모르게 편안하고 솔직한 성격을 갖게 됐어요" 솔직하다는 소리에 용기를 얻어 짓궂은 한마디 말을 던졌다. "TV에 보이는 것보다 체격이 건장(?)해 보여요".그러자 김 앵커는 "정말 큰일이예요. 오후 6시에 저녁을 먹었는데도 뉴스데스크가 끝난 후면 얼마나 배가 고픈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매일 밤 11시 넘어서 식사를 합니다. 덕분에 살도 많이 쪘어요. 참 한때 제가 고교시절 "투포환 선수"였다는 소문이 있었는 데 그런 일은 없었어요. 선생님께서 육상부 가입을 권유해온 적이 있다고 농담한 것이 눈덩이처럼 커지더니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는 설명이다. 이화여대 과학교육학과를 나온 김 앵커는 외모에 대한 관심이 다른 여성들에 비해 덜한 편이다. 우선 그는 화장에 서툴다. "대학 때도 거의 화장해본 적이 없고 방송이 없는 날엔 맨 얼굴로 돌아 다닙니다. 뉴스 시작전에 전문가들이 메이크업을 해줘서 다행이예요" 그는 화장뿐만 아니라 옷에도 별 관심이 없다. 주로 편한 정장바지에 남방을 입고 다닌다. 이 때문인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그리 많지않다고 한다. 김 앵커에게 2002년은 우리 나이로 서른을 맞는 해다. 이런 올해 그녀에겐 큰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파트너가 생긴 것.김 앵커야 애인이 생기길 원했지만 뉴스데스크의 남자 앵커가 권재홍 부장에서 엄기영 보도본부장으로 바뀐 것.김 앵커는 "엄 본부장은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라 처음엔 대하기가 어려웠다"며 "지금은 엄 본부장이 이것저것 챙겨줘 많이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파트너는 바뀌었지만 그의 하루는 그대로다. 오전 11시쯤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오후 2시 회사에 도착한 김 앵커는 2시30분 회의에 참석한 후 석간신문을 들춰본다. 오후 4시30분부터 6시까지 방송의상을 입고 화장한다. 방송 시작 10분전까지 뉴스원고를 작성하며 방송을 준비한다. 오후 9시 뉴스데스크 시작된다. 방송이 끝난 후 이것저것 정리하다보면 오후 11시.미리 나온 다음날 조간신문을 한아름 들고 집에 돌아온 그녀는 어머니가 녹화해주신 그날분 뉴스데스크를 모니터한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식사를 한 후 이것저것 읽을 거리를 뒤적이다가 단잠에 빠진다. 결혼 시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결혼은 언제쯤 하겠다고 정해놓지 않았어요. 존경할만한 사람이 나타나고 여건이 허락하면 언제라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동안은 딴 일을 할 겨를이 없어요. 지금은 뉴스데스크의 앵커자리를 떠난 후 "김주하"라는 이름을 걸고 방송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요"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