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메일로 인해 소비자가 입은 정신적 피해를 발송업체가 배상하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메일발송업체에 금전적인 배상 책임을 물은 것이어서 향후 유사소송이 이어질 경우 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31단독 이혁 판사는 20일 계속된 스팸메일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조모씨가 H사 등 광고메일 발송업체 4개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78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사는 "원고가 수신거절 의사를 분명히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메일을 보낸 것은 개인에 대한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일부 업체는 발신전용 메일주소를 사용하고 있어 원고가 회신키를 사용해 수신거부 의사표시를 보낸 것을 수령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도 업체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이 판사는 그러나 "수신거부 의사표시 이전에 발송된 메일에 대해서는 피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4개 회사로부터 5∼8건의 메일을 받아 각 회사에 수신거절 의사를 표시하고 정보통신부에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광고성 메일이 계속 들어오자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은 메일발송업체 등 인터넷업계 전반에 상당한 회오리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갈수록 스팸메일이 폭증하고 있는데다 쇼핑몰 등 온.오프라인 업체들이 메일을 통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서 유사한 소송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들어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각종 인터넷사이트 게시판 등에 노출된 개인의 메일주소를 긁어다가 무작위로 스팸메일을 보내는 사례도 많아 스팸메일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한층 가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음란물 등의 무작위 광고메일 발송에 경종을 울린 조치"라며 "회원기반이 취약한 중소형 메일발송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팸메일에 대한 명쾌한 잣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진 이번 판결은 새로운 마케팅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e메일 마케팅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서욱진.정대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