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해를 아쉬워하는 송년 모임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연말연시에 마시는 술이 한해 전체 음주량의 30%에 달할 정도로 술자리가 잦아지고 있다. 때문에 '술시즌'후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술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비결을 알아본다. ◇ 술마시기 전의 방어태세 =안주를 통해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으면 알코올을 분해하는 간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두부에 약간의 고기를 넣고 끓인 찌개는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이 조화를 이룬 안주다. 흔히 음주 전에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먼저 섭취하면 알코올을 덜 흡수해 간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다. 오히려 지방은 다른 음식물과 섞여 알코올 분해를 방해하고 지방간을 유발한다. 따라서 치즈 두부 살코기 생선 등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 좋은 안주다. 물을 많이 마시고 위를 자극하는 음식을 피한다. 음주 전후 마시는 숙취해소 음료가 많이 나와 있으나 과신은 금물이다. 이들 음료의 주요 성분인 글루메(일명 '구루메')는 쌀눈이나 콩을 발효시켜 얻은 것으로 간기능 개선보다는 위점막을 보호하는 기능이 더 크다. ◇ 주종에 따른 음주전략 =맥주와 같이 알코올 함량이 7% 이하로 낮은 주류는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식욕을 높인다. 따라서 싱싱한 야채나 과일 같은 살찌지 않는 안주가 좋다. 흔히 맥주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땅콩 감자튀김 등은 열량이 높은 데다 짭짤한 맛이 갈증을 생기게 해 술을 더 많이 마시게 하므로 삼간다. 알코올 농도 20%가 넘으면 독주에 해당된다. 알코올 농도 25% 안팎인 소주는 위장에 부담을 주기 쉽다. 보호막 없이 곧바로 위점막을 자극하면 위염이나 가벼운 출혈을 가져올 수도 있다. 소주를 마시기 전에는 위를 든든하게 채우는 것이 좋다. 위스키를 비롯한 대부분의 양주는 알코올 도수가 매우 높다. 스트레이트로 급하게 마시면 위장의 맨 아랫부분(유문)이 경련을 일으켜 장으로 내려가는 출구가 순간적으로 막혀 버린다. 따라서 알코올이 위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만큼 위 점막이 손상될 가능성도 높다. 양주는 물에 섞어 마시는게 좋다. ◇ 술 마신 다음날 건강이 보인다 =설사나 묽은 변을 보는 사람은 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이는 기름진 안주가 잘 흡수되지 않아 지방변을 만들거나 알코올로 장의 꿈틀거림이 지나치게 촉진돼 생길 수 있다. 부패된 안주로 장이 세균 등에 의해 감염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속이 상습적으로 쓰린 사람은 평소 위산과다 위궤양 십이지궤양 만성위염 등이 있는 경우다. 음주 후 위내 알코올 농도가 10% 전후면 위산이나 소화액의 분비가 증가돼 속쓰림 구역질 상복부동통 등이 나타난다. 알코올 농도가 20% 이상이면 위산분비는 억제되지만 고농도의 알코올이 위벽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위점막을 손상시킨다. 술 마신 다음날 두통이 심한 것은 알코올 분해효소가 극히 적거나 과음으로 숙취가 심한 경우다. 그러나 비교적 술을 잘 마시던 사람이 상습적인 두통 증상을 보인다면 뇌졸중 고혈압 빈혈 위출혈 등이 없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우측 위쪽 복부가 꽉차는 느낌이 든다면 지방간이나 알코올성 간염 또는 만성간염의 악화를 염려해봐야 한다. 등쪽으로 퍼지는 심한 복통과 황달은 췌장염 췌도폐쇄 췌장낭종 등의 위험신호일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도움말=이종경 서울 세란병원 내과부장 (02)737-0181, 정희원 강남서울외과 원장(02)543-7114 ] ----------------------------------------------------------------- < 숙취해소 요령 > . 수분 당분 무기질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을 든다. . 꿀물을 타거나 사과주스 포도주스 스포츠음료를 마신다. . 차류로는 유자차 칡차 인삼차 생강차 등이 좋다. . 콩나물국 북어국 조개국 등 아미노산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다. . 위산분비를 촉진하는 탄산음료 우유 담배를 피한다. . 커피는 탈수와 위산분비를 촉진하므로 삼간다. . 사우나는 탈수와 무기질의 고갈을 유발하므로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