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는 줄었지만 성적 차별이나 장애인 차별 등 일상적 인권침해를 척결하는 일이 앞으로 인권운동의 화두가 될 것입니다" 10일 제53회 세계인권선언 기념임을 맞아 인권옹호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무궁화장을 받은 함정호(66) 변호사는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인데 훈장까지 받은 것은 과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57년 고등고시 사법과를 통해 법조계에 입문한 함 변호사는 10여년의 검사생활을 마치고 72년 변호사로 재야에 발을 들여놓은 뒤 70,80년대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인혁당과 민청학련 사건 등 각종 시국사건에 대한 무료변론을 도맡았던 원로인권 변호사로 97~99년 대한변협 회장을 지냈다. 그는 "86년 말지를 통해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을 폭로, 외교상 기밀누설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당시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현 언론개혁시민연대공동집행위원장) 등에 대한 변론을 맡아 국민의 알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해 무죄를 받아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함 변호사는 74년 인혁당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 변론을 맡았던 일을 떠올리며 "군법회의에서 사건 관련자들의 결백을 주장하는 일은 사실상 군사정권에 대한 '투쟁'에 가까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사할린 동포문제에 관심을 갖고 83년부터 이들의 모국귀환을 추진, 92년부터 이주가 시작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으며 형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 총선연대 무료변론, 북한동포돕기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함 변호사는 "변호사 숫자가 많아지면서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지만 인권수호가 변호사의 정도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며 "소소한 분야라도 한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후배변호사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