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서는 수업중,한쪽에서는 공사중' 신학기 때마다 나타나곤 하는 일부 학교에서의 현상이 내년에는 전국적 차원에서 보다 광범위하게 발생할 전망이다.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기 위해 추진중인 고등학교 교실 증축공사가 주민과의 마찰 또는 행정관청과의 의견조율 지연 등으로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2월까지 교실증축공사를 마치려던 교육인적자원부의 당초 계획과 달리 상당수 학교들은 신학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공사를 지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왜 늦어지나=서울 강서구의 K고등학교. 이 학교는 지난 7월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여건 개선사업 계획'에 따라 내년 2월까지 7개교실을 증축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공사는 손도 대지 못한 상태. 학교 부지가 자연녹지지역에 묶여 있어 강서구청의 심의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공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천구의 K여고도 비슷한 사정으로 공사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내에 있는 학교라도 자연녹지지역에 있는 경우 건폐율이나 용적률에 제한을 받는다"며 "현재 서울시에 완화조치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학부모나 주민의 반발도 만만찮다. 학교운영위원회가 건물의 임의변경을 요구하거나 지역주민들이 일조권 등을 내세워 반대하는 경우엔 공사지연이 불가피하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중·고등학교가 같이 있는 경우 두 학교 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난항을 겪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구의 O고등학교가 이런 어려움을 겪은 대표적인 케이스. O고 관계자는 "신설 교실(16개 학급)의 위치를 놓고 의견조율을 하느라 시공이 늦어졌다"며 "대입수능을 앞두고는 수험생 자녀를 둔 주민들의 반발까지 겹쳐 수능 다음날인 지난 8일에야 겨우 공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물 건너간 공기(工期)=서울의 경우 계획대로라면 1백13개 고등학교에 1천1백60개의 교실이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 대상학교의 35% 가량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공사를 주관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관계자조차 "내년 2월까지 절반 정도나 완공될지 걱정"이라고 말할 정도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기 지역은 2백14개교에 1천7백90개 교실을 증축해야 하지만 이중 91개교(7백94실)는 아직 '첫삽'조차 뜨지 못했다. 40개 고교의 4백41개 교실 증축을 추진중인 인천이나 4백개 이상의 교실을 지어야 하는 경남도 착공지연과 겨울철 공사중단 등으로 많은 학교가 내년 4∼5월에나 완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증축대상학교 가운데 공립학교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사립학교들은 대체로 "앞으로 점차 학생수도 줄어들텐데 교실을 증축하고 그만큼 교사를 더 뽑으면 나중에 학교운영에 부담만 늘어난다"는 이유를 들어 교실증축을 반기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교육청들은 교실 외에 화장실과 교무실,내부비품비 등을 지원하겠다며 설득에 나서고 있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방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겨 잡는 바람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교실증축공사는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인 만큼 무리하게 강행하지 않고 신축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